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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호가호위(狐假虎威)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알려진 ‘금수회의록’에는 우리가 잘 아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물론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세상을 농락한다는 뜻으로 중국의 역사서인 전국책에서 유래한다.

호랑이에게 붙잡혀 죽게 된 여우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호랑이에게 자신의 뒤를 따라오라는데, 여우의 뒤를 따르던 호랑이는 여우를 만난 짐승들이 모두 혼비백산해 도망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실상 짐승들은 여우가 아니라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가 무서워 도망치는 것인데 호랑이는 이를 깨닫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전국시대 초나라 재상 ‘소해휼’을 이웃나라들이 두려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히 여긴 초나라 선왕이 ‘강을’이라는 신하에게 묻자 대답한 것에서 비롯됐다.

‘강을’의 대답은 명쾌하다. 이웃나라들이 겁을 내는 것은 초나라의 강력한 군사들 때문이지 ‘소해휼’의 위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소해휼’이 초나라의 위세를 빌려 위명을 떨치는 호가호위를 하고 있음을 직언하고 있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형님 게이트’가 호가호위의 산물로 보여 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인 박모 씨가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고 자금세탁까지 했으며 수백만원대의 명품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 정부 실세로 알려진 이 의원의 위세를 빌려 각종 의혹을 만들어낸 박모씨의 행태가 그야말로 ‘호가호위’의 전형이라 하겠다.

그러나 박 씨뿐 아니라 역사를 되짚어보거나 신문을 들여다보면 권력형 비리의 태반은 이 같은 호가호위의 행태로 진행되고 있음에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여우가 호가호위를 반복하다보면 마치 자신이 호랑이인 것으로 착각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늑대가 나타나도 피하지 않고 자신이 호랑이인 양 위세를 떨다가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게 됨을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호랑이 역시 진실에 어둡다보면 정말로 짐승들이 겁내는 것이 무엇인지, 숲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몰라 패착을 두게 된다는게 역사가 들려주는 진실이다.

어디 역사에서 뿐이겠는가.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일이 없지 않고, 이 같은 썩은 사과들이 조직을 갉아먹어 사활을 좌우하기 까지 이르니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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