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의학단상] 패자 부활전

 

‘나는 가수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혀진 가수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국민가수가 현재 공연으로 탈락했듯이 과거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현재 실력으로 평가하면 그만이다.

처음 방영됐을 대부터 논란이 되었다가 급기야는 담당 PD가 바뀌는 곤혹을 치뤘던 ‘나는 가수다’가 이번에는 무명 가수의 등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필자도 음악이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른 만큼 점수화한다는 것에 강한 불만이 있었고 특히 점수로 탈락시키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특정 장르의 음악이 좋은 평을 받는 경향이 있어 이 때문에 참가 가수들도 자기의 색깔과 청중들의 선호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스타일을 바꿔 상위권으로 도약하기도 하고 또 인순이 같은 국민 가수가 실험적인 방식을 도입했다가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우선은 탁월한 음악성에도 몇몇 매니아 층에 국한됐던 실력있는 가수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사실 오락 프로를 거의 보지 못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나왔던 가수 중에서 4, 5명을 제외하고는 아는 가수가 없었다. 두 번째로는 가수들의 엄청난 노력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새 곡을 정해 편곡하고 기획해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엄청난 열정과 노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세 번째로 기존의 노래의 새로운 발견이다. 오리지널 곡을 새롭게 해석해 접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산울림의 김창완 씨가 자신의 노래를 편곡해 부른 후배의 노래를 듣고 내가 너무 가볍게 불렸던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재해석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 중에서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소위 ‘언더’라고 불리우는 실력파 가수나 한 물 갔다고 평가 받아온 과거의 가수들을 발굴하는 즐거움과 노래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사회는 패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면이 있었다. 잘 나가던 영화 감독도 한 편의 작품이 실패하면 다음 작품을 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잘 나가던 직장인이 회사가 부도나 다른 직장을 구하려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국민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야구 선수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잘 나가는 것 못지 않게 실패와 좌절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것과 주위 사람을 위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선우휘 씨가 쓴 글을 보면 6.25때 피난지에 두 명의 성직자가 있었는데 한 분은 피난민의 가슴에 위안이 되는 좋은 말씀을 늘 전해준 반면 다른 성직자는 생선 장사를 하면서 단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완전히 사이비 종교인이라고 욕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좋은 말씀을 해 줬던 분은 신도들의 헌금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한 반면 욕을 먹었던 다른 한 분은 고아들을 돌보느라고 생선 장수를 하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만 했었던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무명가수가 과거에 가족들 때문에 혹은 개인적인 이유로 어디에서 노래를 불렸는지 혹은 그 가수를 후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필자는 전혀 알지를 못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것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국민 가수로 인정했던 가수들이 현재의 공연으로 탈락했듯이, 설사 과거에 문제가 있었어도 그것이 파렴치한 범죄가 아니었다면 현재의 공연 실력으로 평가하면 그만이다. 실력이 없는 가수라면 공연에서 탈락시키면 되는 것을 지나치게 범죄자처럼 비난한 결과, 해당 가수가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그 결과 방송에서 무명 가수를 발굴하기보다는 안전하게 기성 가수에게만 기회를 주게 된다면 그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각 분야에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내공 있는 실력자들이 발굴되고 인정받는 사회가 진정한 열린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 현대중앙의원 원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