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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해경 수뇌부에 바란다

2011년이 저무는 즈음에 해양경찰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해경 수뇌부의 무책임하고 무력한 지휘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다 순직한 고(故) 이청호 경사와 그 유족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지금은 불법어업을 자행하는 중국어선들의 만행과 고인의 죽음에 직접 가담한 선장, 그리고 대국의 힘으로 사건을 덮으려하는 ‘사과할 줄 모르는 중국’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절정에 달해 있기도 하다.

이때 해경 수뇌부는 고인의 영결식장에서 눈물을 뿌리며 국민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별다른 소명은 하고 있지 않다.

물론 G2로 등장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외교통상부 등 정부의 태도가 강력진압에 걸림돌이 됐으리라 짐작한다. 또 직접적으로는 열악한 장비와 부족한 인력에 시달리게 한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는 실무자들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해경 수뇌부는 영결식에서 보여준 단호함으로 정부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주권확립과 국내 어민보호를 위해 예산부서를 납득시키는 지혜와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는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시절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받을 당시 프랑스 박물관 관계자의 뚝심이 각인돼 있다. 고속열차를 팔기 위해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규장각 의궤의 반환을 약속했고, 실제로 1권을 반환해 양국간 우호의 상징으로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프랑스로부터 엄청난 예산을 들여 TGV고속열차는 들여왔지만 의궤는 오지 않았다. 의궤를 보유하고 있던 박물관 관계자 등이 미테랑 대통령의 반환결정에 반기를 들면서 반환받는데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당시 말도 아닌 궤변으로 약탈 문화재인 외규장각 의궤를 끌어안고자 했던 프랑스 박물관장에게 분노하면서도 대통령에게 까지 맞서며 소장 문화재를 지켜야 하는 자신의 업무에 몸을 내던지는 모습에는 일말의 존경심까지 들기도 했다.

해경 수뇌부는 중앙정부의 통제 속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핑계 삼아서는 제2, 제3의 참담한 만행을 막을 수 없다.

일선 해경이 목숨을 걸고 불법어업 단속에 나서는데 수뇌부는 해경을 바로세우고 국격을 바로 세우는데 자리조차 걸 수 없다는 말인가. 바다의 수호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해경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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