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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에는 뜬금없이 인기 개그맨인 강호동 씨의 사망설이 유포돼 네티즌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강 씨가 모종의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후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한 채 칩거 중인 상황에서 터져나온 사망설이어서 삽시간에 검색순위 1위에 놀랐다.

그러나 확인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유언비어의 실체가 “강호동,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이라는 허무맹랑한 트윗이 발단이라고 해서 또 한번 놀랐다.

‘숨진 채 발견’이 아닌 ‘숨쉰 채 발견’이라는 언어적 유희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유언비어의 사전적 의미는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소문에 의해 비교적 광범위한 사람들 사이에 연쇄반응적으로 퍼지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거짓말이지만 단순한 사실(Fact)보다 훨씬 강력한 전파력과 영향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그 내용이 지닌 중요성이 크면 클수록 발달된 유통경로를 통해 재생산되며 영향력을 눈덩이처럼 불려간다는 점이 무섭다. 여기에 수용자가 동요하기 시작하면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비극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일본은 간토지방에 일어난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자 민심은 흉흉해지고 사회질서는 혼란스러웠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각 경찰서에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를 요미우리신문 등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하자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와 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유언비어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어 유언비어를 믿은 일본인들의 광기에 조선인 6천여명이 죽창과 몽둥이 등에 의해 살해당하는 세계사적 비극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고 북한측이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돌연한 죽음에 따라 사인(死因), 국방태세, 남북관계, 국제정세 등이 모든 매스컴을 뒤덮고 있다.

벌써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에 주가가 출렁거렸고, 혹시나 김 위원장의 사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까 우려된다. 당분간 이와 관련된 소식들로 TV와 신문, 특히 인터넷이 사실과 유언비어로 넘쳐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유언비어가 그럴싸한 포장을 한 채 포장돼 확대 재생산돼 국가적 혹은 사회적 암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사실을 근거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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