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의 향] 대한민국예술인센터와 이성림

 

건축은 인간정신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다. 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정신으로 이루어진다. 서울 목동에 세워진 부지 4천379㎡ 지상 20층, 지하 5층에 연면적 4만1천386㎡ 의 대한민국예술인센터가 그렇다. 15년 전에 착공한 예술인센터는 콘크리트와 철골로 건물의 뼈대만 서 있는 상태로 공정 53% 때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난항을 거듭했다. 작년 4월에 새로운 시공사가 맡아 재착공해 준공을 보게 된 것이다. 건물을 외관으로 보는 것은 쉽지만 만드는 과정은 실로 어렵다.

자부담 450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715억원이 투입된 매머드 공사다. 그간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한다는 통고를 받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제 대한민국 정통 예술단체가 동숭동 대학로 비좁은 공간을 벗어나 목동에 ‘대한민국 예술문화 1번지’의 좌표를 새기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쾌거다. 참으로 감회가 깊다. 예술문화 창작기지로서 예술문화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 기대가 자못 크다. 예술단체 건물은 바로 예술인의 자존심이자 정신이기 때문이다.

좋은 건물은 건축가의 훌륭한 설계만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회화나 조각과 달리 건물이 지어져 제대로 된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건축가 한 사람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예술인센터를 위해 자금 마련하랴, 민자 유치하랴 정부로, 정치권으로 동분서주한 예술계의 대모, 이성림 회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의 끈기와 열정이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50년의 역사를 가진 정통 예술단체인 한국예총의 수장이다. 한번도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외도를 해 본 적이 없는 여성국악인이기도 하다.

백인백색이라는 예술인들을 다채롭게 아우르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거대한 기계라 해도 자그마한 톱니 하나가 빠지면 그 기계는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예술계는 그렇듯 자그마한 힘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정당성을 형성합니다.” 이성림 회장은 이렇듯 예술인 개개인의 예술적 역량이 중요함을 늘 강조해 왔다. 예술은 나 홀로 하는 창작세계지만 예술단체 일원으로서의 직분도 일깨운다.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건물도 도시에 들어설 때는 이미 주위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의 눈치를 살피게 마련이다. 목동은 쾌적한 아파트 주거단지다. 예술인센터는 주변 분위기에 좋은 양념이 되리라고 본다. 예술인센터는 훨씬 중요한 도시의 초점 역할을 할 것이다. 무덤덤한 상자모양이라고 시비 걸 필요도 없다.

음악이 훌륭해지려면 연주자들의 기량이 받쳐줘야 한다. 이제 한국예총은 비바람과 사람의 발길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했다. 공사 중에 언론의 뭇매도 마졌다. 이성림 회장의 올곧은 신심과 성심이 차세대 예술문화의 인큐베이터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미래 예술의 동력을 이끌 터전을 일궈냈다. 건축위원회가 구성돼 추진했지만, 중요 고비마다 이성림 회장이 나서 정치력을 발휘해 공사에 따른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갔다. 산모의 고통은 분만을 경험한 산모만이 알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저 건물이 제대로 지어질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예술인들도 많았다. 그는 대한민국 예술문화외교의 랜드마크인 예술인센터를 낳은 산모다.

인간의 육체가 정신이 들어가기 위한 그릇이듯, 예술인센터는 예술인들의 예술혼을 아우르는 공간이다. ‘아시아 예술인들의 중심’이라는 비전을 가진 예술인센터는 시간과 문화의 깊이가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이성림 회장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는 결과물에 최후의 책임을 지면서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만큼 그의 능력은 값지다. 수도서울에 제대로 된 예술인센터가 지역예술인의 목마름에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도 수부도시-수원에도 명실상부한 ‘수원예술인의 둥지’가 마련될 날을 고대하는 이유다.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