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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훈(遺訓)은 본래 임금이 죽기 전에 측근 중 측근인 고명대신을 불러 국가대사에 관해 남기는 유언을 말한다. 가장 중요한 유훈은 자신의 후계자를 낙점하는 것이고, 장례절차와 왕족들에 대한 처우, 백성을 아끼라는 말 등이 이어진다.

우리 역사에 가장 뚜렷한 흔적을 남긴 유훈은 고려 태조의 ‘훈요십조’이다. 태조는 즉위 26년째 되던 해인 943년, 측근인 박술희를 불러 고려왕조 내내 지켜져야 할 유훈을 내린다.

유훈에는 “맏아들이 왕위를 잇는 것이 올바른 법도이나 만약 맏아들이 어리석으면 둘째 아들이 왕위를 잇게 하고, 또 둘째 아들이 역시 불초할 경우 나머지 형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추대하는 자를 왕으로 삼으라”는 후계 원칙이 담겼다.

무엇보다 불교를 섬기라는 유훈이 10개 가운데 3개를 차지해 이후 고려가 숭불(崇佛)국가로 향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듯 고래부터 통치자의 유훈은 단순한 유언이 아니라 국가를 이끌 방향타와 같은 것으로 남은 자들의 정치적 길잡이가 되곤 했다. 뿐만 아니라 민가에서도 선조가 남긴 유훈은 씨족의 명운을 좌우했다.

우리나라 성씨 인구 중 3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심(沈)씨 가운데 대종을 이루는 것은 청송 심씨다. 고려 때 위위시승을 지낸 심홍부를 시조로 하는 청송 심씨는 증손인 덕부와 원부 형제 때에 와서 둘로 나뉜다. 심덕부는 고려말 요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문하시중을 역임했으며 그 자손 역시 조선 때에 이르러서도 경파(京派)로 불리며 서울에 일가를 이루고 승승장구했다.

반면 동생인 심원부는 조선개국에 반대한 고려 충신으로 그 유명한 두문동(杜門洞)에 들어가 충절을 지켰을 뿐 아니라 후손들 역시 유훈을 받들어 조선시대 들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서하자 아들인 김정은이 ‘유훈정치’를 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일천해 지지기반이 허약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진 가계혈통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분석이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던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여생이 촌각을 다투고 있음을 깨닫고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강화했다고 한다. 그렇듯 자신의 사후를 준비한 김 위원장이라면 진짜 유훈을 남기지 않았을까. 그 유훈에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명시적 문구가 박혀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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