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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나가수’와 ‘K팝’관계 없는 듯 있다

 

2011년 대중음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좋은 날’의 아이유, ‘내가 제일 잘 나가’의 투애니원 그리고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 등 세시봉의 인물들과 임재범이 꼽힐 것이다. 이들의 일부가 걸쳐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리하면 ‘나는 가수다(나가수)’와 케이팝이 올해 가요계의 핵심어임은 분명하다. ‘나가수’는 아이돌 댄스 일변도의 음악계의 판도를 중견 가수로 옮겨놓았고 케이팝은 한류의 영역을 아시아에서 구미로까지 넓혀줬다.

나가수와 케이팝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나가수는 극심한 반복에다 때로 알아들을 수도 없는 노랫말로 이뤄진 아이돌 후크 송에 대한 반발로 기성세대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거기에 젊은 세대도 따라갔다. 그런데 케이팝의 구미시장 진출은 그 아이돌 댄스가 선봉에 서서 일궈냈다. 내수시장에서는 비록 나가수한테 혼이 났지만 바깥에서는 긍지와 가능성을 심어줬으니 갸륵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수는 내수시장의 흐름이고, 케이팝은 해외 상황이란 점부터 둘의 성격은 딴판이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성격상 상극이요, 대척 관계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나가수의 시청자들은 “짜증나는 애들 댄스만 보다가 이제야 비로소 음악다운 음악을 듣게 됐다”는 소감을 피력한다. 그들은 케이팝이 프랑스와 영국 땅에 들어가고 미국을 공략한다는 열띤 언론의 보도에도 긴가민가했다.

그렇다면 나가수와 케이팝을 대치와 대립의 관계로 봐야 하는 걸까. 아무리(어른 입장에서) 짜증나는 아이돌 댄스라고 해도 우리 대중음악이 케이팝의 이름으로 바깥에 나가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자랑스럽다. 이를 통해 케이팝은 가까운 미래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아시아의 경쟁구도에서 중국, 일본, 인도보다 더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케이팝과 내수시장과의 관련성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솔직히 10년 전부터 거대 기획사들이 아이돌 음악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내수시장에서는 한계에 부딪친 데 따른 불가피한 전략이기도 했다. CD에서 MP3 파일로 미디어가 바뀌고, 음반산업은 흔들리고 불법 다운로딩이 판을 치면서 도저히 한국시장에서는 희망과 승산이 없기 때문에 해외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나가수는 대중들의 관심을 음악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했다. 올해처럼 사람들이 가수의 이름을, 노래제목을 그토록 많이 얘기한 적은 없다. 만약 나가수가 음악 내수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무엇보다 스타일의 다양성을 가져오는 효과를 발휘한다면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고 그것은 케이팝에도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전문가나 일반인들이나 케이팝이 제대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돌 댄스 편중에서 벗어나 음악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류가 해외에서 아무리 성과를 거두더라도 정작 한국의 음악시장이 고인물이 돼서는 장기화를 꾀할 수 없다. 내수시장이 든든해야,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해야 아이돌 댄스 외에 다른 음악들도 차례로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나가수가 이런 모양새를 만들어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아이돌 가수의 또래지만 전혀 다른 음악을 한 아이유의 부상도, 그리고 인디음악에 대한 관심 제고도 결국은 내수시장의 상태를 양호하게 만들어주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수시장의 메뉴가 풍성해져 그만큼 해외에서 가능성 있는 음악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케이팝의 재료가 바닥나는 일은 없게 되지 않을까. 나가수가 ‘내수시장의 정비’에 기여한다면 그것은 케이팝에도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나가수와 케이팝은 따라서 대립적 관계가 아닌 상호 유기적인 틀 속에 있다. 케이팝과 나가수가 지배한 2011년 음악계는 모처럼 ‘안팎’이 조화를 이루는 기초가 마련된 셈이다. 아이돌 댄스와 장르가 다른 우리 음악이 해외로 나가 성공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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