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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거리풍경이 과거 같지 않다. 성탄절을 전후해 시끄럽도록 거리에 울려 퍼지던 캐롤송이 자취를 감췄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던 요란한 불빛도 예전만 못하다.

캐롤송은 소위 아이팟, 스마트폰 등 개인이 소지하는 음원재생장치가 일반화되면서 거리에서 밀려났다.

여기에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강화되고 법적 의무가 강제되면서 캐롤송을 틀기 위해선 경제적 부담이 수반된 것도 캐롤송 퇴출에 한몫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쇠퇴 역시 국민의식의 변화와 경제적 문제가 직결돼 있다. 장식과 관리를 위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과거 크리스마트 트리의 불빛으로 건물을 감싸던 백화점, 은행, 대기업 등이 장식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바람에 거리풍경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오직 변치 않고 거리를 지키며 반가운 소리를 내는 것은 빨간색 자선냄비가 유일한 듯하다.

종교단체인 구세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자선냄비는 120년 전인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다. 구세군 사관이었던 ‘조셉 맥피라’는 1천여명의 난파선 승객을 구휼하기 위해 오클랜드 부둣가에 큰 솥을 걸고 “솥을 끓게 합시다”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의 성금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구세군 정령 ‘조셉 바아’가 서울 명동 등 각지에서 자선냄비를 걸고 성금을 모아 굶주림에 지친 이들을 구제한 것이 시초다. 외국에서 수입된 문화가운데 자선냄비만큼 그럴싸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선냄비에 성금을 보태는 장면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요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거대 이슈로 인해 기타 이슈가 함몰되는 ‘국가담론의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거리에 걸린 빨간색 자선냄비는 펄펄 끓고 있다고 하니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인기연예인들은 애장품을 내놓고 커피전문점은 커피서비스에 나섰으며, 90세 노부부는 2억원의 거금을 익명으로 기부해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2011년 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이어 인기 아이돌그룹은 자선공연이라는 재능을 기부했고, 뜻을 모은 이들이 거북이 마라톤을 통해 성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모금방법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는데 자선냄비에 QR코드를 부착해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으로 기부가 가능해졌다. 자선냄비는 오는 24일까지만 열어둔다고 하니 자선행렬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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