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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사랑의 김장나누기

 

우리나라 가정의 겨울나기 첫째준비는 김장하는 일일 것이다. 주부의 가장 큰 연중행사인 만큼 김장하는 날은 언제나 부산하다. 그러나 정작 바쁘고 힘든 날은 김장 하루 전날이다. 먼저 배추를 절인 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놓고, 무는 채를 썰어 놔야 하며 파, 마늘, 생강 등을 다듬고 씻고 찧어서 김장하는 날 사람들이 수월하게 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형제의 맏이인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만 아무 때나 동원이 가능한 최 측근 일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김장 일에서의 내 몫도 적잖이 많았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여기저기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봉사를 했다는 보도를 보게 된다. 반가운 일이다. 광주시 새마을에서는 올해에도 1만3천 포기의 배추를 직접 가꿨다. 모종 심을 때 거의 매일 비가 와서 날 잡느라고 고생했는데 후반기에 기온이 높고 맑은 날이 많아 작황이 아주 좋았다. 각 읍면동 별로 1천 포기씩 나누고 지회에서 제일 나중에 이천포기의 김장을 하기로 했다. 예정한 날짜가 다가오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가 나왔다. 아무래도 이틀 가지고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일요일인데도 임원들을 30 명 정도 나오시라고 해서 배추와 무를 뽑아다 절임작업을 시작했다. 이튿날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50 여명의 회장들이 모여서 배추를 헹구고 무채를 썰었다. 어제 뽑아오기를 천만 잘했다고 자화자찬 하면서... 다음날 본격적으로 김장을 담갔다. 150 명 정도가 모였다. 귀한 손님들도 많이 오시고 막걸리와 고기가 곁들이자 춥고 힘들었던 김장마당은 일순에 흥겨운 잔치자리로 변했다. 내친김에 김장 한 상자를 가지고 우리 새마을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급식 대상자 중 한 분에게 갖다 드렸다. 앞을 보지 못하시는 할머니는 매일 따뜻한 점심 도시락을 갖다 주는 것 만해도 고마운데 김치까지 받게 돼 그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되느냐고 기뻐하시는 모습에서 고단하고 얼었던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졌다.

김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하고 있는 월동준비 식품이다. 배추와 소금 젓갈과 마늘생강, 그리고 고춧가루가 합해지고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돼 겨울에 섭취하기 어려운 비타민C와 각종 영양소의 공급원이 돼주는 김치야 말로 선조의 지혜 중 으뜸이 아닐까? 또 김치는 지방별로 종류도 다양하고 맛 또한 다양하다. 중부를 포함하는 북쪽에서는 주로 새우젓을 쓰고 영호남 쪽에서는 멸치젓을 써서 김장을 담근다. 그래서 중부 쪽은 맛이 담백하며 시원하고 남쪽은 감칠맛이 나며 구수하다. 김치의 종류도 200가지가 훨씬 넘는다. 재료도 무, 배추뿐 아니라 각종채소, 과일, 생선, 심지어 약용작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동식물이 김치의 재료가 된다.

아마 오랜 옛날에는 채소와 소금만으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고춧가루가 들어오게 된 임진왜란 이후부터 다양해 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장은 우리와 삶의 방법을 서로 주고받았을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습이다. 그네들은 주로 무나 열매채소를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방식이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즈케모노 야채절임이 그것이며 그 중 단무지는 우리도 즐겨먹는 식품이기도 하다. 요사이 일본에서는 김치 열풍이 한창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맛이 새콤달콤한 그들 나름대로의 기무찌를 만들어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현혹시키며 김치의 종주국 흉내를 내고 있다. 맵고 마늘 냄새가 강한 우리 김치보다는 우선 먹기 편한 기무찌를 먹으며 본래 김치의 맛이 이런 것인가 할 외국인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힐 일이다.

하지만 그 들은 그런 식으로 카레라이스나 돈까스를 만들어 세계인의 입맛을 길들인걸 보면 우리도 언제까지나 우리 맛만 주장할 일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즐겨 먹을 수 있도록 더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기술 뿐 아니라 맛으로도 세계 제일을 이루어 냈으면 한다.

/김환회 새마을운동 광주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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