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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기’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때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대야 한다는 뜻의 ‘줄탁동기’는 고사성어 라기보다는 송나라 때 발행된 ‘벽암록’에서 유래된 불교용어다.

이러한 줄탁동기를 인구에 회자시킨 것은 한때 JP라는 이니셜로 불리며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그은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다. 아마추어 화가의 수준을 넘어선 그림솜씨뿐 아니라 한학(漢學)에도 조예가 깊었던 JP는 정치인생의 고비고비 마다 촌철살인하는 비유와 고사성어를 인용해 자신의 결단을 밝히는 풍류를 즐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연합을 앞두고 JP는 신년휘호로 ‘줄탁동기’를 택했고 이를 알아들은 DJ는 JP와 연합해 DJP정권을 창출, 20세기말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꿨다. 이후 ‘줄탁동기’라는 말은 사제지간은 물론 조직의 상하, 조직대 조직 사이에 상호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할 때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21세기 초, 격변의 한반도를 바라보며 ‘줄탁동기’의 의미가 새삼스러운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북한의 손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북한전문가를 자처하는 인사들의 수많은 예측과 분석 가운데 공통적인 것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와의 ‘줄탁동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은 김일성 사망이후 또 한 세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자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북한의 체제가 유지된다는 전제아래 김정일의 사망은 북한이 새로운 대안과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북한의 체제안정이라는 전제조건을 배경으로 깔고 있으며 이는 우리정부의 능동적 역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우리정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내 북한과의 평화분위기 정착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혀진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내부변화를 통한 평화 의지를 실천하고(?), 우리정부가 밖에서 힘을 더하는(啄)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중요한 팁은 ‘동시에’라는 타이밍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우리정부와 북한이 냉온탕을 빗가는 엇박자에 비틀거렸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라는 절대적 시대요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 또한 필요하다.

여기에 상대방 속마음을 알기 위한 정보와 부단한 접촉이 있어야 완벽한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모두에게 ‘줄탁동기’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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