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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모국 찾아와 인권운동 나선 마리아

한국 문화를 배우고 진정한 한국인이 되고자 대한민국 땅에 조심스레 발을 디딘 사람이 있다. 덴마크 국적의 혼혈 입양아 마리아(Maria Godskesen). 한국 이름이 박정옥인 마리아(34·사진)는 핏덩어리인 자신을 버렸던 한국에서 시민단체 인턴으로 활동하며 인권운동에 나서고 있다. 가방하나 달랑 멘 채 한국에 온 마음이 건강한 여자 마리아를 만나보자.

마리아와 만나기로 약속 한 곳은 그녀가 한국에 있으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여성 인권단체인 '수원다산인권센터'. 파마기가 있는 검은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작은 꽃무늬가 있는 검은 셔츠에 빨간 바지를 입은 마리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기자를 반겼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막 세 살이 되던 71년 1월 추위에 떨고 있는 마리아가 수문 파출소 앞에서 발견됐다. 부모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그녀는 '홀트아동복지'에 맡겨졌고, 이듬해 Ole Karesten Honningdalnes에게 입양돼 한국을 떠났다.
마리아는 국제적십자에서 의료 봉사를 했던 양아버지 Karesten와 양어머니 Hanne Godskesen를 따라 노르웨이, 인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덴마크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생활했다. 많은 나라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면서 마리아는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웠다"고 말한다.
마리아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93년, 9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그러나 이번 그녀의 한국 방문은 생모를 찾기 위해 왔던 이전의 방문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9월 10일에 학기가 끝났는데 다음 날인 11일 한국에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인 12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요". 마리아는 속전속결로 한국행을 단행, 한국에 와서 봉사를 하고 간 경험이 있는 덴마크 친구를 통해 홈스테이 할 곳을 정하고 다산 가족들을 만나게 됐다.
마리아를 가족같이 환영한 다산에서는 마리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마리아는 다산에 발을 디딘 지난 달 16일부터 한국 문화를 배우고 적응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한국 시민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특강을 들었다. 그리고 내달 15일에 열리는 '인권영화제' 준비단과 합류해 외국 다큐멘터리 섭외를 담당하고 있으며 다양한 자원활동, 시민단체 탐방, 시민운동 현장 탐방 등을 통해 한국의 시민운동 단체의 활동들을 배우고 있다. 이번 주말 마리아는 경기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워크숍에 참가,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덴마크 인권교육의 현실에 대한 얘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다산 가족들에게 놀라면서도 무척 감사함을 느낀다"는 마리아는 "한국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앞으로 시민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에 와서 힘들었던 것에 대한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마리아는 "내 피와 마음이 모두 한국인인데 겉모습이 달라 모든 사람들이 나를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슴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금새 그녀는 "문화를 잘 모르면 혹 무례하다는 인상을 심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외국인이라 이해해 줄 땐 다행이다 싶어요"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영화로만 보는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내 모국에 직접 와서 보니까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된다"고 말하는 마리아.
"앞으로 한국을 더 이해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마리아는 "홈스테이 하는 가족들과 다산 가족들이 따뜻하게 맞아준 것에 너무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혜진기자 lhj@kg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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