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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변하는 진학지도 패러다임

 

아들 녀석은 컴퓨터 앞에 앉아 경쟁률을 살피고 있었다. “너 뭐하고 있는 거니? 어느 대학 경쟁률을 보는 거야?” 수시에 합격하고 느긋하게 지내는 아들이라 경쟁률을 살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너는 정시에 원서 쓸 수 없어.” “응. 담임선생님이 학급 아이들이 갈 대학 경쟁률을 찾아보래.” 괜히 웃음이 나온다. 수시에 합격했기에 이런 심부름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혼자 피식 웃는다.

“다행이지? 네가 수시에 합격하니 담임선생님이 이런 일도 시킬 수 있는 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얼마나 다행이야. 생각만 해도 좋아.” 녀석은 3년 동안 참 열심히 학교에 다녔다. 무엇보다도 학교를 좋아했다.

“아빠. 난 여기 온 게 참 다행이었어. 아이들도 좋았고, 선생님도 무척 좋았어. 음, 그리고 푸른 교실 교사도 좋은 경험이었고, 영어연극반 활동도 좋았어.”

그랬다. 녀석이 학교를 무척 좋아했다. 쉬도 때도 없이 학교에 갔다. 노는 것도 학교에서 놀았고, 밥도 학교에서 먹었다. 공부도 학교에서 하고 선생님들을 잘 따르더니 마침내는 모교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 됐다. 운 좋게도 녀석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학과로 진학이 결정됐다.

오늘로 정시는 일단락된다. 아직 전문대학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억지로라도 끝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야 새로운 에너지로 채워질 것이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교실 바닥은 입시업체에서 나온 배치표로 너저분할 것이다. 요 며칠 동안 우리 아이들이 가장 애독했던 출판물이다. 3년 동안 죽어라고 공부했던 기억은 이 종이 한 장을 대하는 순간 다 사라졌다. 점수가 이름을 대신했다.

12월 한 달 동안 전국을 휩쓸던 입시광풍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심지어는 대학까지 한 줄로 세웠다. 대학에 서려있는 오랜 역사는 물론이고 그 속에서 열정적인 젊은 시절을 보낸 선배들의 추억마저 한 줄로 세웠다. 초등학교 시절 줄긋기 시험을 보듯 그렇게 점수에 따라 아이들과 대학을 줄로 연결했다.

아이들은 죄를 진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제 또 합격 발표라는 고비가 남아 있다. 끔찍하다.

진학지도는 단순한 줄긋기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최근 각 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되고 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던 진로지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아이들의 적성을 찾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탐색하는 활동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고3이 되면 ‘대학 선택’이라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을 겪는다. 진학은 분명하다. 결과가 눈에 금방 드러난다. 이렇게 되니 각 학교에서는 베테랑 교사를 고3에 배치한다.

그러나 최근 입시지도는 1,2학년 활동이 매주 중요하다. 수시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 입시 흐름에서는 1,2학년의 교육활동이 중요해졌고, 이 활동은 학생이 자신의 적성을 알고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자기 주도적 학습이 중요하다.

진로, 진학 지도가 학습력 향상을 불러오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어지간하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는 학과가 중요하다.

최근 들어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는 그 지역에서 중심을 이루는 대학에, 전망 좋은 2년제 학과에, 투자가 부쩍 늘어난 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진학지도 패러다임은 분명 변하고 있다.

/김덕년 안산 선부고 교사 경기도 진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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