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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그해 겨울은 따뜻했을까

2011년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신묘년(辛卯年)을 맞아 토끼처럼 뛰어보자며 덕담을 나눈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겨울로 시작해서 겨울로 지는 것이 우리네 한해살이지만 올해 겨울이 유난히 추운 것은 왜일까.

최근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5%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9월까지 실질임금은 -3.49%로 뒷걸음쳤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단순히 심리적 빈곤감이 아닌 생존의 무게를 지고 지난한 좁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또 초고가의 명품과 VVIP로 표현되는 1%의 독야청청이 99%라는 서민들의 가슴을 짓눌러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동질감을 상실케 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비를 포함한 생계유지를 위해 맞벌이는 상례가 되었으며 낮밤을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 나서는 ‘투잡족’도 흔하디흔하다. 앳된 중학생이 부모를 향해 ‘불효를 용서하라’는 가슴 먹먹한 유서를 쓰고 자살을 하는 세상의 오류가 시린 가슴에 냉기를 더한다. 그러나 1%들이 벌이는 한판 난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과 야합해 시대적 사생아를 출산하고 있으나 99%는 쳐다볼 뿐 힘이 없다.

우리사회가 가진 구조적 모순과 가진 자들의 오만함이 이 겨울을 더욱 시리게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일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한줌의 온기가 필요한 이들을 뒤로한 채 벌이는 정치권의 향연은 딴 세상의 일인 듯 아득하다.

G20이라는 국가적 그레이드와 1조 달러를 넘어선 무역규모, 그리고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는 각종 경제지표들도 이 겨울, 삭풍을 막아줄 문풍지 역할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소수의 ‘가진 자’와 ‘힘있는 자’를 중심으로 잘 짜여진 계층간 프레임은 내년이 아닌 내일의 희망도 앗아갈 뿐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소리가 사라진, 꿈 없는 세상을 지나는 이들에게 이 겨울은 따뜻할까. 99%를 위한다며 1%를 지향하는 사이비들이 횡횡하고, 겨울의 찬바람을 마주하는 이들의 지지를 밟고 신분상승을 노리는 도척들이 행행하는 이 겨울은 어떻게 기억될까.

이 겨울을 지나는 나그네에게는 애초부터 존재치 않았던 실낙원을 되찾자는 부질없는 욕망은 없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무모한 희망도 겨울바람에 날아간 지 오래다.

2011년 이 겨울, 벌판을 건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의 밥과 함께 걷는 이들의 온기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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