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오래된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희망
[여성칼럼] ‘오래된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희망
  • 경기신문
  • 승인 2012.01.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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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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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새해 설날 명절에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명절은 가족의 소중함이 확인되는 때이지만 그런 만큼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때이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있다. 이른바 독거노인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쉽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핵가족화가 가져온 폐해이다.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로 가족간 결속은 약화되고 노인층의 소외와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간에는 사고와 생활방식에 점점 더 큰 간극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80%가 우리 사회에 세대갈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중 80%는 갈등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의 사회적 소외와 세대간 단절은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OECD국가 중 최고를 나타내는 노인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그 해결점은 어디에 있을까? 산업화를 중단하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대가족사회가 가진 장점을 21세기의 현대사회에 되살려내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개별 가족을 넘어 지역공동체 안에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한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것이다.

언어학자이며 세계적인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50여개국 언어로 번역된 그녀의 책 ‘오래된 미래’에서 과거 우리 사회가 가졌던 공동체의 미덕을 일깨워준다. 그녀는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머물렀던 히말라야 산맥의 고원지대인 라다크에서 그곳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라다크 노인들의 모습이었다. 이 지역 노인들은 발전된 사회의 노인들처럼 소외되거나 외로워하는 일이 없다. 노인들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공동체의 중요한 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라다크에서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값진 경험과 지혜를 가졌음을 의미한다. 이곳의 노인들은 자신의 신체적 상태에 맞는 일을 하고 있어 나이가 여든이 돼도 신체가 건강하고 정신이 젊은이와 다를 바 없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라다크 노인들이 건강한 이유가 노인들이 고립되지 않고 항상 젊은 사람들과 접촉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라다크의 노인과 손자녀는 부모·자녀 관계와는 다른 특별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아이들은 다치거나 누군가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할머니에게 달려가 위로를 받는다. 그러면 할머니는 아이를 위로해주고 함께 놀아준다. 아이들을 대신해 아이의 부모에게 뭔가 부탁을 하는 것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역할이다. 이런 사회는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도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긴밀한 유대관계가 있었고, 아이들은 노인세대의 보살핌과 관심을 받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지혜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경기도에는 복지관을 중심으로 세대통합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세대간 교류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작년 우리 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56%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 노인과 유아들과의 활동이 대부분이다.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아뿐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 성인들도 노인세대와의 소통과 교류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세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 과거 대가족사회가 가진 미덕과 장점을 살려 서로 다른 세대가 더불어 사는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실천하는 일, 이는 바로 ‘오래된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이며 희망이다. 새해에는 경기도가 그러한 실천에 앞장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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