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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대의(大醫)를 기다린다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그 동안 또아리치고 있던 이무기와 용들이 제각기 나라를 위한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일제히 뛰쳐나올 것이다. 봄의 총선, 겨울의 대선이 예정돼 있는 것이다.

권력을 향해 달음박질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은 언제나 달콤하다. 정말로 신중하게 지난 4년 간의 우리네 삶을 꼼꼼히 되돌아보면서 모처럼 행사할 주권이 나의 소망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경계하며 1표를 행사해야 한다.

우리네 정치현실상 국민들이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내고 정치인들이 국민을 얕잡아 보지 못하는 때가 바로 선거시즌이다. 정치권과 국민간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다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역시 이때다. 뽑아놨으니 닥치고 따라오라는 오만도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속으로는 지역적 기반에 의지해 알량한 의원 배지 하나 챙기려는 생각뿐이더라도 겉으로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표를 얻어야 하는 입장과 그간의 공과를 따져 선택을 하는 입장과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잦은 실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비대위를 꾸린 한나라당은 이제 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며, 모처럼 맞이한 호기를 놓칠 수 없는 민주통합당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던 통합진보당의 분투도 점차 가시화될 것이다.

각 정치세력은 여론의 향배와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合從連衡)을 거듭할 것이고, 국민의 구미가 당길 만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퇴근 후 술자리는 정치 이야기로 꽃피울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선거를 매개로 그간 억눌렸던 소통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동의보감의 핵심적인 아포리즘 중 하나가 바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通 :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동적 유기체다.

계속 순환하고 소통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피, 호르몬, 각종 신경 전달물질, 내분비물질,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가 흐른다. 흘러야 할 것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어떤 부분이 막히게 되고 그곳에서 통증이 유발된다. 이른바 어혈이니 담이니 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몸의 상하가 소통되지 않으면 하복부와 다리는 차가워진다. 낙수효과가 없어지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여드름이 돋아난다.

전시행정으로 나라살림은 거덜나고 친인척 비리, 권력형 비리와 같은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는 것과 같다.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으므로 고혈압과 당뇨, 비만이 생긴다. 나라가 만성적인 소모성 질환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든다.

소의는 병을 다스리고 중의는 사람을 다스리며 대의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옛말이 있다(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 소의치병 중의치인 대의치국). 우리네 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아픈 사람 개개인을 치료하는 소의에 지나지 않는다. 과도한 노동으로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불면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갑작스런 해고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한 고통으로 자기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을 볼 때 느끼는 무력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크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큰 의사를 기대하는 이유다. 올 한 해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강요된 질병과 절망이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닦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성성윤 인천 푸른솔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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