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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광명 충현고등학교

내년부터 자율형 공립고 예술중점학교로 변신

 

글|이종일기자 lji22@kgnews.co.kr
사진|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경기도 내 초·중·고교의 특기·적성교육이 다양해지며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신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가운데 도내에서 유일하게 뮤지컬교과특기자를 육성하고 지역의 전통농악을 전수하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광명 충현고등학교. 내년부터 자율형 공립고와 예술중점학교로 변신하는 충현고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고 있는 송영주(54) 교장을 만나봤다.

 

충 현고등학교는 지난 1997년 광명시 소하2동에 개교한 후 ‘평범한’ 학교로 운영돼 왔다. 어쩌면 평범함 그 이하였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소위 광명지역에서 공부 못 하는 아이들만 가는 학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식이 안 좋았다.
그러나 현재 이 학교에 대한 평가는 180° 바뀌었다.

 

소리 없이 키워왔던 농악동아리와 뮤지컬동아리가 빛을 발하고, 학생들 중심의 학교운영 방식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며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합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배움을 가질 때 학교의 참의미는 실현될 수 있습니다.”

 

송영주 교장은 첫 만남에서부터 자신의 학교 ‘철학’을 거침없이 설명해 나갔다.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곳,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곳,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투지를 발산하는 곳. 이런 학교를 만들어 가는 것이 송 교장의 바람이라며 그간의 과정들을 들려준다.
지난 2008년 3월 충현고에 부임했을 당시 송영주 교장은 학생들의 태만함과 교사들의 피로함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 대다수가 잠을 자고, 깨우는 교사에게 되레 대들던 아이들.
학생들에 치여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좌절과 어려움.
이런 환경에서는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송 교장은 학교 운영 시스템을 ‘아이들’ 기준으로 바꿔 버렸다.
“처음에는 교사들도 갸우뚱했던 사항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이고 만족할 수 있다면 손해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방과후활동 다양화와 ‘자율적인’ 야간자율학습이다.” 

 

 맞춤형 방과후활동으로 학생 만족도 향상
송영주 교장이 새로 부임한 후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은 방과후활동 다양화였다.
정규수업에 만족할 수 없는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이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활동은 애니메이션반, 그룹사운드반, 문화유적답사반, 방송댄스반 등 10여개에 이른다.

 

학교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은 외부 시설 등을 이용하고 있다.
요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요리학원을 가고 제빵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제빵점에 직접 가서 전문가들의 수업을 통해 실력을 쌓아 간다.
학원과 전문 강사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담당교사들과 교장, 교감이 지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방과후활동을 전문적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다.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외부시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실습하며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의 교육이지만,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농악반과 뮤지컬반, 예술중점학교로 발돋움
충현고는 개교와 동시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0호인 광명농악보존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광명농악을 전수받게 됐다.

 

현재 35명으로 구성된 농악반 학생들은 방과후에 광명문화원 연습실에서 지도를 받고 있다.
또한 2004년부터 시작된 뮤지컬동아리 활동은 학교 교육에 새로운 ‘장’을 만들며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발전시켰다.

 

26명의 아이들은 교내에 마련된 뮤지컬 전용연습실에서 전문 배우와 강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송 교장은 “농악반과 뮤지컬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도 매우 밝고 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희열을 느끼고 그 마음들이 학교에 퍼져가는 것 같다. 무언가 열정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데 동아리활동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농악반과 뮤지컬반은 충현고가 예술중점학교로 변모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 학교는 내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예술중점과정(농악, 뮤지컬 세부전공)을 설치하게 된다. 2011학년도 신입생 중 60명의 학생을 따로 뽑는다. 공연·영상분야로 선정된 예술중점학교에서 충현고가 어떻게 변화해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야간자율학습 ‘할 사람만 하란 말이야’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에서 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라고 해서 잘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서 야자를 진짜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하게 만들었다. 처음보다 참여 인원은 줄었지만 학습에 대한 관심도는 전보다 매우 높아졌다.”

 

송 교장은 학생들의 의욕과 달리 교사들이 ‘뜻 하지 않은’ 방식으로 야자를 운영하는 것에 문제의식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새로 도입한 것이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야자반이다.
충현고의 야자는 교사들의 회유(?)가 아닌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이뤄진다.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한 번 하기로 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

 

처음 100여명으로 시작한 야자반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탈자가 발생해 80명, 60명으로 줄더니 올 초에는 30여명만 남게 됐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송 교장은 “다른 학교와 달리 소수만 야자에 참여하고 있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율학습은 말 그대로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소수지만 이 아이들이 있어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1년 가까이 끈질기게 공부하는 친구들을 본 학생들은 조금씩 자기 공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충현고는 야자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빈 교실을 사설 독서실 같이 만들었다. 올해 새로 뽑은 야자반 학생들은 150여명에 이른다. 지난 4개월 동안 지금 30여명이 이탈했지만, 여전히 충현고의 야자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율형 공립학교로 변신
충 현고는 내년부터 자율형 공립학교로 전환된다. 주변 지역의 낙후된 여건과 비평준화 조건의 어려움, 교사들의 치밀한 계획 등이 고려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난 2월 최종 선정했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는 충현고 상황에서는 너무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교사들은 자율형 공립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입학전형 등 세부적인 계획을 짜는데 여념이 없다.

 

충현고가 자율형 공립학교로 변신하면 모든 과정이 탈바꿈된다. 신입생 모집은 꿈 전형, 자유 전형, 사랑 전형으로 나눠지며 각각 성적 우수자(230명)와 특기적성 우수자(60명), 선행 우수자(10명)들을 뽑게 된다. 각 전형의 인원 10%는 사회적배려대상자들로 선발된다.

 

또한 교육과정도 대폭 전환돼 예능집중과정, 외국어집중과정, 어학집중과정 등 각 교과별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며 학업의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교과교실제 운영, 인성지도 강화 등 많은 부분들이 학생을 중심으로 개편된다.

 

충현고는 장기적으로 교내에 기숙사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학생들의 등하교 부담 최소화와 자기주도학습력 신장 등 여러 면에서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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