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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창남기자 argus61@kgnews.co.kr

 

 

대한민국 최고 두뇌집단 농진청 농식품 산업강국 실현

 

현재 수원시 서둔동 농촌진흥청 부지는 역사적 유래가 깊다. 정조시대 국영농장인 서둔(수원시 서둔동 일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인공저수지 서호(축만제·경기도문화재 200호)를 끼고 있다. 이곳은 230여년 전 실학사상을 농업에 접목시킨 갑문과 수차 등의 농업기기와 이앙법(모내기) 같은 농업기술이 적용됐다.

 

농진청 본청 인근의 여기산에는 ‘씨 없는 수박’을 국내에 보급한 우장춘 박사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1906년 일제 통감부가 정조시대에 조성한 수리시설과 둔전을 토대로 ‘권업모범장’을 개설했고, 이후 1962년 현재 농진청이 정부기관으로 자리하는 등 우리나라 농업사에 주요한 장소로 여겨졌다.

 

일제시대 조선을 침탈한 일제통감부가 수원에 권업모범장을 두고, 서울대 농대 전신인 농상학교를 설치한 것 역시 이런 역사성에 기인한다. 오늘의 농촌진흥청이 1962년 수원에 뿌리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후기 문예군주로 불리는 정조대왕도 화성 신도시 건설과 함께 근대농업의 터전인 농진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한국전쟁 거쳐 1962년 2국 11기관으로 발족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농진청은 한국전쟁을 거쳐 지난 1962년 2국 11기관으로 발족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1994년에야 농업기술과 농업유전, 농약연구소 등 연구소와 농업과학기술원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1996년 2월엔 현재 농수산대학의 전신인 농업전문학교를 신설했다. 이후 인력 및 직제 등 조직 개편을 통해 1997년 1월에 도 농촌진흥원과 시·군농촌지도소 연구 지도직 등을 지방직화해 8도의 도지사 및 도 산하 지휘 기관으로 성격과 위상이 바뀌었다.

 

또한 생명공학의 시대적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지난 2002년 3월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이 신설됐다. 2년 뒤인 2004년엔 3개 작물시험장을 작물과학원으로 통합했다.
이처럼 오늘날 농진청의 조직과 위상은 이런 역사적인 변화와 흐름이 있었다. 현재의 품목 기능 중심의 조직 개편으로 9개 소속기관을 5개로 축소한 이래로 지금까지 현재의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10월 국립농업과학원(1급 원장)과 국립식량과학원(1급 원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국립축산과학원 등 4곳이다. 농업대학은 지난해 농수산대학으로 교명이 바뀌고 농식품부로 이관됐다.

 

농진청은 박사급 연구관만 900여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이다. 현재 전체 직원만 1천843명에 이른다.
이들을 이끄는 수장은 지난해 1월 부임한 제22대 김재수 청장이다. 경북 영양 출생으로 대구 경북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청장은 이후 서울대와 미시간 주립대에서 석사학위,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밟았다. 그는 지난 1978년 농수산부 기획예산담당관실을 시작으로 농림수산식품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이것이 오늘날 농진청 수장에 이르게 한 것이다.

 

 

김재수 농진청장은 한 때 수모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의 농업 분야 홀대 분위기 때문에 한 때 조직의 존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농진청 본청 예산을 담당했던 사무관 A씨는 “농업이라는 것이 산업 전 분야의 총합이자 결과물인데 농진청을 제1순위 폐지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마인드의 결여 탓”이라며 “당시 예산이 삭감되는 것은 물론 직원들 모두가 패배감과 열등감에 빠졌다”고 회고했다.

 

농업기술분야 예산 지원 확대돼야
우리 농업의 현주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간 농업기술 분야 예산 지원 현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국가별 농업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연구개발 투자액 비율을 보면 우리는 영국과 네덜란드, 미국과 일본에 못 미친다. 뒤에 독일과 러시아, 프랑스가 있다고 자조할 수 있지만 부끄러운 수치다. 물론 농업기술의 경우 세계 최고수준 대비 69% 수준으로 OECD 평균치와 비슷해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쌀 생산중심의 기술개발에 치중한 결과 과수와 화훼, 이들의 품질과 마케팅, 안정성에 대한 현장기술 개발은 미흡하다. 현재 국가 차원의 농업 R&D 강화 필요성이 절실한데도 정부는 4대강 사업에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 농업 분야 홀대론이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식량안보와 기후 변화 등 미래 대응에 있어서 우리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농진청 산하기관에 근무 중인 연구사 B씨는 “해마다 정부에서 예산 편성을 하지만 농업 농촌 분야에 대한 집권 세력의 비전과 전략은 거의 없는 듯 했다”면서 “올해 기준 9130억원 수준의 예산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농촌진흥청에 편성한 세출예산 규모를 봤다. 9130억원. 지난해(6333억원)와 비교하면 2797억원이 늘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얄팍한 눈속임이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농진청도 오는 2012년까지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한다. 이 명목으로 토지 매입과 공사비 2482억원이 지난해 6333억원에 더해 졌을 뿐이다. 증가한 액수는 고작 315억원 밖에 되질 않는다. 이 부분만 봐도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마인드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청장은 내년도 예산 증액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달 말까지 각 기관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토대로 검토 중이다”라며 1조원이 넘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농진청 홀대가 가져온 부작용을 극복하고 연구 현장 및 규제 개선 발굴 중심의 강력한 조직으로 농진청을 가꾸는 것이 김 청장의 과제였다.

 

김 청장이 이끄는 농진청의 1순위 개혁은 인력감축이다. 직원 300명과 산하기관 9개에서 4개로 줄였다. 농민들 아이디어도 24시간 받았다. 매주 금요일에는 민원인들과 직접 전화로 대화해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3월 19일 정부 부처를 포함 농진청은 39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국무총리실 업무 평가 결과 1위를 했다. 폐지 대상에서 1등으로 올라선 것이다. 성과와 실력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노력하게끔 당근과 채찍을 병행했다.

 

지난해 9월 농진청에서 떠나온 공무원 83명으로 출범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이런 개혁과정에서 인고의 산물이다.
또한 녹색혁명을 통한 식량자급자족과 농업의 계절성 극복과 로열티 경감, 가축 개량과 사양관리 개선으로 한우 품질 고급화 등의 성과 토대 위에 전 연구원의 현장화를 선언해 규제 발굴 및 개선 작업도 실시했다.

 

고급 인력의 현장 투입 실효성에 대해 이견이 분분했지만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에서 규제 개혁안 100선을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농진청이 발굴하고 개선한 것만 57건에 달했다.
그 배경엔 ‘푸른농촌 희망찾기’ 캠페인이 있다. 농민들의 자립적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쾌적한 농촌 실현 자율 운동의 일환에서다. 탁상공론처럼 보일런지 모르지만 이미 336개 마을을 선도 시범마을로 육성해 민간 자율로 기반까지 조성해 현장사업으로 추진 동력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농업기술의 글로벌화와 한식세계화에도 눈을 떠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전 세계에 10개나 설치해 우리 농업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최근 개도국을 중심으로 농업기술공여 모델 확립에 열을 올려 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AFACI)와 농업기술 지원을 위한 국제미작연구소(IRRI) 등 국제연대에도 신경 쓴다.

 

농진청 본청과 소속기관을 합한 현재 전체 인력은 1843명. 인건비는 지난해 1283억원에서 올해는 1194억원으로 89억원이 줄었다. 투자 대비 목표 도달에 있어서 김 청장이 이끄는 농진청을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성적표다.

 

지금까지의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농진청도 고민은 있다. 오는 2012년 전북 전주혁신도시로의 이전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잠깐 전북과 경남의 알력 다툼으로 주춤하던가 싶던것이 다시 부지매입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관건은 연구의 연속성 확보와 동식물 유전자원의 손상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수원에 오랜 시간 터를 잡은 농진청의 전주 이전이 재앙이 될지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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