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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찾아서] 열탄불고기, 7분 돼지김치찌개가 젊은층 발길 끌어

새마을운동 열심히 했으니 음식에 빠져볼까?

 

글ㅣ김동섭 문화부장 kds610721@kgnews.co.kr

사진ㅣ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k‘새마을식당’, 업소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외관이 마치 6,70년대 영화 셋트장에서나 볼 수 있는 선술집 풍경. 실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련한 옛 추억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업소의 컨셉. 그게 주효했는가 보다. 이 업소의 대표 메뉴는 뭔가. 돼지고기와 김치찌개다. 왁자지껄 ‘동네잔치’가 열린 껄쭉한 분위기에서 ‘열탄에 구운 돼지고기’를 빙둘러 앉아 먹는다. 장사가 잘될까 안될까. 한마디로 노가 난다. 줄을 서서 장사진을 친다.

‘새마을식당’은 프랜차이즈 음식점. 수원 지역만 해도 5곳이 성업 중인데 한결같이 모두 불이 붙었다. ‘수원북문점(점주 이경배·54)’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내 규모는 210㎡(70평), 장안문 거북시장 안 4거리 커브에 있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 상권의 주고객은 4,50대층인데 이 업소가 들어서자마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2,30대층이 대거 몰려오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한 업소가 이렇게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이 업소를 찾았을 때 쉬 풀린다. 고기 맛과 서비스 정신 때문이다.

‘열탄불고기(1인분 7천원)’와 ‘7분 돼지김치찌개(1인분 5천원)’가 입소문을 타게 했다. ‘열탄불고기’는 최고급 육질의 돼지고기를 진공냉동 숙성해 소세지 모양으로 둘둘 말은 후 얇게 썰어져 양푼에 차곡차곡 쌓여 담아 나온다. 여기에 특제 고추장 소스가 덮어져 불판에 올려진다. 후라이팬에 볶듯이 쭉 펴서 구운 후 소스에 콕 찍어 먹는데 그 맛이 매콤달콤해 2,30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일부 미식가들이 “새마을식당이 들불 번지듯이 체인망을 넓혀나갈 수 있는 저력은 바로 이 ‘맛’에서 승부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7분 돼지김치찌개’는 안주 겸 식사인데 ‘7분으로 셋팅’된 타이머가 울려야 냄비두껑을 열 수 있다. 이 ‘7분’은 ‘고객 흡입’의 마케팅이자 ‘돼지김치찌개’의 맛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 최고의 맛에 ‘7분’이란 시간적 상상 플러스가 고객을 또한번 감동시킨다. 고객의 충성도가 왜 높은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다. 이 찌개에 잘게 썰은 김과 공기밥을 비벼 먹는 것도 일품. 소금구이(8천원), 삼겹살(9천원), 양념구이(8천원), 항정살(1만원), 차돌박이(1만8천원), 돼지껍데기(5천원), 김치말이국수(4천원), 새마을 된장찌개(6천원), 멸치국수(3천원)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마을식당’의 타 업소와의 차별화 전략은 가히 놀랄만하다. 본점의 레스피(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에 따라서만 조리할 수 있다. 어느 누구라도 주방에 들어가면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마디로 음식의 계량화 표준화다. 그만큰 본점의 교육이 철저하다는 얘기다. 매월 점주와 점장의 1박2일 교육이 본점 차원에서 이뤄진다. 불참하거나 교육 이수 후 기준 점수를 받지 못하면 2년 계약에서 바로 해지시킨다. 사관학교 교육처럼 빠듯하고 까다롭다. 매월 군대식 내부검열도 이뤄진다. 주방을 공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주방장이 늘 위생과 맛에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서 음식을 만들라는 의미다. 사업이 번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원북문점은 지난 해 7월23일 오픈했다. 고작 6개월 밖에 안됐지만 이 지역 상권을 휘어잡았다. 점주 이경배 씨의 성공담을 들어보자. 그는 ‘본점의 철저한 룰에 따라 움직이면 누구나 고소득을 올릴 수 밖에 없죠“라고 마치 설교하듯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새마을식당은 ’박리다매’ 컨셉이예요. 최고의 질 좋은 고기로 아주 싸게 파는 거죠. 오죽했으면 손님들이 계산하면서 ‘어 그것 밖에 안나왔어?’라고 말하니까요.” 이 업소는 철저히 ‘입소문’으로 전국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내만해도 34개 체인점 전국은 통틀어 200개 점포에 달한다. 인테리어 사업부도 없다. 프랜차이즈(독립점)에 대해 프랜차이저(본점)이 인테리어로 주머니를 채우지 않겠다는 의지다. 윤리경영의 대표적 케이스다.
 

 

 


점주 이 씨의 노력도 컸다. 그는 음반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20여 년간 직장인으로 사업가로 이 분야에 ‘올인’했다. 하지만 90년 이후 인터넷 발달로 음반업계가 사양산업으로 곤두박칠치며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한때 음반업계에서는 귀재로 통했는데 세월이 바뀌면서 도저히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죠. 고민고민하다 택한 것이 ‘새마을식당’ 체인점이죠.” 그는 라면도 못끓이는 선비(?)였다. 그런 그가 음식업에 손을 댄 것 자체가 기적이다. 어디서 용기가 났을까. “할 게 없으면 음식점 차린다는 게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다만 달랐다면 저는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업종을 찾는데 오랜 시간을 들였고 결론이 나자마자 바로 서울의 새마을식당 체인점에 가서 6개월간 취업했어요. 트레이닝을 스스로 받은 거죠. 체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성공할 수 가 없죠.”
 

 

 


그 6개월은 혹독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밤잠을 안자고 열심히 일한 적은 없다고 그는 회고한다. 유비무환 아닌가.북문점을 오픈하자마자 손님들이 몰아닥쳤다. 북문점의 이 점포는 그간 참치횟집, 복집이었는데 번번이 망해 나갔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2,30대 층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놀라운 변화까지 일으킨 것이다. 북문점은 설날과 추석을 빼곤 연중무휴,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새벽6시까지다. 그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아침 6시부터 그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무려 16시간 업소에서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한다.

그는 본점 백종원 대표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백 대표의 마인드를 보고 사실 이 업종을 선택했어요. 백 대표는 장교 출신인데도 군대에서 자원해 취사병을 했죠. 일정한 맛과 적극적으로 체인점을 후원하는 열정에 반했어요. 특히 오픈 초기 땐 하루에 7개팀만 받으라고 교육하는데 놀랐어요. 그것도 자신의 집안 식구부터 먹여보고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라는 방침이죠. 영업시간도 밤 9시까지이죠. 이 모든 것이 성공을 위한 단계별 마케팅이자 훈련이죠. 한마디로 배울 점이 많았어요. 성공할 수 밖에 없죠.”

그는 요즘 1일 평균 35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달에 1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 매출은 고객들이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와 고기 맛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도 뚜렷한 영업 원칙을 갖고 있다. “단골 고객을 잡는데 보통 2년이 걸린다고 해요. 그러나 뒤돌아서는 데는 단 1초도 안걸리죠. 초심을 잃지 않고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키고 졸도시키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 업소는 ‘참기름과 달걀 노른자’는 절대 안쓴다. 그 이유는 이 업소에 와서 이경배 점주에게 직접 물어보라. 수원북문의 주소는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297-5번지. 참고로 점주가 톱가수 송대관 씨와 너무 닮았다. 장사가 잘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 031-242-8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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