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파워인터뷰] 손혜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예술은 서로 다른 사람과 하모니를 이루며 소통하는 작업”

 

젊은 CEO 논란 잠재우고, 공연예술의 새장 펼쳐

‘청소년 비전 아트트리’ 진행하면서 조재현 이사장과 첫 인연

글ㅣ김장선기자 kjs76@kgnews.co.kr

사진ㅣ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문화·예술은 고도의 기술보단 마음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하모니를 이루며 소통하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도민들과 문화예술을 통해 한마음으로 소통하며, 진심을 나누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고 마른 체구지만 자신의 소신을 말할 땐 어느 누구보다 강단 있고, 웃는 미소가 인상적인 손혜리(43)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이 말하는 문화·예술은 ‘소통의 창구’이자 ‘마음을 여는 열쇠’와 같은 것이었다. ‘너무나 젊은 CEO’가 취임하면서 이런저런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세간에서 들리는 논란과 걱정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문화와 예술은 닫혀진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만나야 그 빛을 더욱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취임 1년이 다가오고 있는 손혜리 사장을 만나 예술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전당을 맡게 된 이유, 전당의 역할과 추진하고 있는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음악을 좋아하는 소녀가 경기도 공연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전당을 맡게 되기까지

경북 경주 출신인 손혜리 사장은 어릴 적 교회를 다니면서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음악이 주는 편안함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워낙 시골 동네에 살다보니 음악에 대한 정규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에 목말라 하던 소녀의 꿈은 고교 시절을 수원에서 보내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수원여고와 이화여대 음대 작곡과, 동 대학원 음악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오페라 연출가로 오래동안 일하신 교수님의 영향으로 공연기획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제작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다.

한국창작가극단의 공연기획을 비롯해 당시 유일한 종교방송이었던 기독교TV 음악전문프로그램 프로듀서로 일했고, 이화여대 음악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연구소 사업운영 전반을 맡기도 했다.

또 ㈜음연에서 피아노 음악 공연사업부 총괄과 국립오페라단의 기획 및 홍보도 담당했다.

“연극, 오페라, 열린음악회 등 음악과 관련된 일이라면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거 같아요. 이러한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바탕이 됐어요. 특히 음악을 포함한 문화가 갖는 힘과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가 지금의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이 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한 조재현 이사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재)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으로 활동하면서다.

그는 2008년 당시 시내 중·고교 15곳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중점학교로 선정, 유명 예술인들을 연계해 학교의 강의을 맡는 ‘청소년 비전 아트트리(Arts-TREE)’라는 문화예술교육 특별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게 됐다.

이 사업에 동참한 6명의 프로젝트 마스터(PM)들이 뮤지컬 배우 남경주, 연극배우 조재현, 지휘자 김대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바리톤 김동규, 사물놀이 김덕수 씨 등이었다.

“초반에는 이 사업에 대한 유명 예술인들의 생각은 다소 부정적이었어요. 하지만 공개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예술인들이 교감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죠. 서로에게 마음이 전해지고 진정성을 느끼게 됐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교육은 고도의 기술보단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6명의 예술인들이 바쁜 일정에도 그 누구도 빠지지 않고 3년 간 진행됐다고 한다.

이러한 인연이 계기(?)가 됐는 지 몰라도 지난해 8월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으로 취임한 조재현 씨가 그를 찾아와 사장 자리를 맡아 달라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고 한다. ‘주변에 좋은 사람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조재현 이사장이 계속해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자,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청소년 비전 아트트리’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선생님(손 사장이 조 이사장을 지칭하는 말)도 느낀 바가 많다고 하더군요. 저와 선생님은 그 일을 통해 공통적으로 배운 것이 있어요. 예술작업은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하모니를 이루고 소통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이사장님이 이러한 마음을 갖고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고, 이 부분이 마음을 굳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죠.”
 

 

 


변화를 통해 미래와 꿈을 향해 도약하는 전당 만들 터

지난 9월 40대 초반의 나이에 경기도문화의전당을 맡게 된 손혜리 사장을 두고 ‘기대 반, 걱정 반’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는 벌써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은 물론 전당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손 사장이 처음 전당에 와서 행한 일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었다. 전당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홍보마케팅실과 검사역, 전략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각 본부 소관 부서도 조정했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단계 발전하는 전당을 보여주고자 했다.

“변화, 특히 내부적인 변화가 필요했어요. 미래를 중심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전당 식구들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이 있어야 했습니다. 이는 눈으로 보여지는 가시적인 일이 아니기에 어려움이 따르고 그만큼의 시간도 필요하죠.”

그는 “솔직히 가시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보여주려면 ‘진짜 선수’인 공연 연출, 기획, 행정 전문가를 데려다 하면 해결된다”면서 “하지만 전당 식구들을 잘 훈련시켜 ‘진정한 선수’로 변화시키는 것이 사장으로서 역할이라고 여겨 전당이 직접 기획하고 설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업을 찾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또 내부고객인 전당 식구들이 적극적인 마인드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선 ‘공정한 성과반영’이 중요하다고 보고 노사발전재단에 지원신청을 통한 연구 영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4개월 간 조직 및 기관 분석, 영향 평가 등을 거쳐 객관적인 자료가 구축되면 보다 직원들의 적성을 고려한 2차 조직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보이지 않은 작업과 함께 서울과 인접해 있는 경기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라고 판단, 이에 맞는 공연과 행사들을 선보였고 앞으로도 준비하고 있다.

또 전당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는 예술활동은 물론 지금껏 공연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장애인·결손가정·다문화가정·이주노동자 등을 초청해 공연 관람 기회를 갖게 하는 일종의 ‘문화 바우처 사업’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 최초로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진행됐던 ‘경기 키즈 아트 페스티벌’과 8월에 열릴 한국 최초 단일 악기 공연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2천11명의 경기도 전통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천지진동 페스티벌’(10월 예정) 등의 기획공연, 무주택 주민에게 집을 지어주는 사업의 개념을 문화·예술과 결합시킨 ‘아츠 해비타트’, ‘내 생애 첫 번째 공연’ 등의 문화복지사업.

손 사장이 이같은 공연과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의 밑바탕에는 ‘콘텐츠가 좋으면 하드웨어가 따라온다’, ‘예술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라는 두 가지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삶이 지치고 피폐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전당에서 하는 공연을 딱 1번이라고 보러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술의 위대한 힘과 기적은 개인뿐 아니라 시대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도민들이 부담없이 전당을 찾을 수 있도록 문화의 문턱을 낮추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손혜리 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음대 작곡과, 동 대학원(음악학과 석사) 졸업

△한국창작가극단 공연기획

△㈜기독교TV 음악전문프로그램 제작 프로듀서

△이화여대 음악연구소 책임연구원

△㈜음연, 피아노음악 공연사업부 총괄팀장

△국립오페라단 기획, 홍보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