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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마을만들기 붐에 대한 작은 바람

 

2005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서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정책을 시행한 이후 소위 ‘마을만들기’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앙부처의 정책에 의해 시행되는 것은 모두 ‘사업’이란 단어가 붙는다. 왜 그럴까. 왜냐하면 ‘정책’이란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그 목표를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한정하는 ‘기간’과 투입돼야 하는 비용인 ‘예산’을 정해 추진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행하는 ‘사업’이라는 이름의 ‘마을만들기’ 명칭을 보면 새농어촌마을만들기, 마을만들기 도시재생사업, 행복마을만들기사업, 살기 좋은 희망마을만들기사업, 아름다운 해안마을만들기사업, 농촌형 마을르네상스 프로젝트,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사업, 마을르네상스사업 등 지역주민이나 해당 사업이 적용되는 마을에 살지 않으면, 일부러 찾아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름의 ‘마을만들기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을만들기’는 ‘사업’인가? 즉, ‘마을만들기’는 행정에서 기간과 예산을 정해 추진하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한 예를 들고자 한다. 지난 해 말 강릉 마을만들기지원센터 2012년 예산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바로 ‘사업’이기 때문인 것이다. 즉, 우리가 사는 마을을 좋게 만들고자 하는 일을 다른 이에게 맡기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말로 ‘마을만들기’를 하고자 한다면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이나 사업을 의식하지 않고 해당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마을만들기’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배정해야 가능한 것으로 인식돼 왔고, 그것이 ‘마을만들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다행히도 강릉 마을만들기지원단과 강릉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운영위원회에서는 전액 삭감된 결과와는 상관없이 계속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도 2012년 공모를 통해 시범지역 2~3곳을 선정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다시 한번 정의하면 주민이 발의해 마을만들기를 하고자 하지 않는 지역을, 자신들이 이유야 어떠하든 개발사업대상지로 지정했다가 사회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해제하고, 이를 다시 ‘마을만들기’라는 이름의 사업으로 추진해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마을만들기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는 것이다.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한다면서 왜 ‘시범지역’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왜 2~3곳만 하는가. 보통 행정에서는 ‘시범지역,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의 정책사업 추진대상지 몇 개소를 정해 예산을 투입해 결과를 얻어내고자 한다. 성과가 좋으면 그것을 확대하고자 한다. 여기까지는 좋은 취지이다. 문제는 그것이 대개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 요인 등에 의해 허다하게 중단되는 경우는 제외하고라도 정책사업을 추진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거나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을만들기하면 대부분의 전문가나 공무원, 학생들이나 시민활동가들은 일본을 떠올리지만, 일본의 마을만들기는 철저하게 주민이 발의하고 주도한다. 그 과정에서 행정과 전문가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처럼 경험에 의한 학식도 없는 ‘전문가’란 이름의 비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바로 ‘사업’이 갖는 ‘예산’의 유혹도 한 역할을 한다. 순천시 구도심에 있는 전통시장인 ‘웃장’에서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을 통해 1차년도 예산 3억원으로 추진한 결과 매상고가 36.1%가 올랐다. 이 웃장의 상인회장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지자체의 마을만들기가 잘 전개되기를 바란다.

“우리 시장은 70억, 100억의 돈을 한 번에 받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차라리 1년에 2억씩 50년간, 혹은 5억씩 20년간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는 우리 상인들이 알아서 할테니.”

/오민근 문화체육관광부 시장과 문화컨설팅단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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