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그렇지요
앞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 시켜 놓고
먼 나라로 가 있을 때 많지요
함께 자란 제 동생은 그럴 때
제 멱살을 잡고 마구마구 흔들어
자기 말을 듣는 모드로 저를 되돌려 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숨을 폭 쉬곤
가버리고 말죠
저도 그러고 싶어 그러는 건 아니에요
교신이 툭 툭 끊어지는 무전기처럼
반쯤 내리감은 눈꺼풀 밑에서 제 눈동자가
아득한 곳으로 달려가 버렸을 때
그리워요
가만가만 저를 흔들어
눈 맞춰 줄 사람
나중에 제가
오래오래 기다려 줄 사람
<시인소개> 1956년 서울 출생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문학 박사) 공주영상대학교 방송영상스피치과 교수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