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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수원사람들] 1. 故 심재덕 前 수원시장

‘Mr. 토일렛’의 남다른 내고장 사랑 가슴에 아로 새기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함께 맞물린 또 한번의 격변의 시기라는 세간의 말처럼 벌써부터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개혁, 소통, 통합이 빠지지 않는 화두로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변함없이 이땅을 지켜온 사람들과 면면히 흐르는 역사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되돌아볼 여유는 없는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경기신문은 국민대통합과 역사바로알기를 위한 새로운 방편으로 ‘수원, 수원사람들’을 시작합니다. 수도 서울의 위성도시로, 때론 경기도의 수부도시로, 그리고 봄철이면 가득한 딸기밭으로만 배웠던 ‘수원’과 ‘수원사람들’에 대한 돌아보기는 아득한 삼한 이전부터 시작되어 굴곡의 현대사를 헤치며 살아온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기실 수원은 한국인의 피속에 흐르는 정(情)의 근간을 이루는 효(孝)사상의 근원도시로 역사를 지켜왔고, 춥고 배고팠던 시절 오직 살기위해 무엇이든 먹어야만 했던 국민을 배불리 먹이기 위한 농업혁명의 중심도시로 그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또 선조들의 지혜가 함축된 대한민국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실학을 곳곳에 품으면서 조국의 미래를 책임지던 수많은 동량을 키워내던 교육의 도시이자 '미그기의 귀순'이 생생한 조국을 지키는 전초기지였습니다.

그리고 수원은 한국경제의 산 증인이기도 합니다. 변변히 입을 것 하나없던 시절 수많은 옷감과 패션을 일구었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가전제품은 물론 전세계를 선도하는 반도체·전기·전자 등 신소재 산업의 중심지로 수원에서의 기업의 흥망이 곧 대한민국 경제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말로 대변되곤 했습니다.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고 길이 열리고 한국 최대의 장(場)이 서는 상업과 정보의 도시로 사람들로 넘쳐나던 수원은 4.19와 6.10 민주대항쟁을 들불처럼 지피는 민주주의의 또다른 성지였고 단지 행정구역 상의 수원이 아닌 경기 남부를 때론 경기도를 일컫는 대표 고유명사였습니다.

그래서 수원의 시련은 필연이었을지 모릅니다. 1980년 ‘고향의 봄’ 이후 통치이데올로기로 구체화된 ‘소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고, 분출되는 민주화에 편승한 토호들의 대대적인 지방의회로의 진출은 ‘지역주의 고착화’란 거대한 상처를 낳았습니다.

 

한-중 수교 이후 경쟁도시 인천의 ‘상전벽해’를 지켜봐야 했고, 단지 ‘수원의 광역시 승격은 경기도의 해체와 궤멸이 될 것’이란 ‘정치적 우려와 일방의 결정’에 울산의 광역시 독립에 눈감고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수원. ‘수원, 수원사람들’은 그 사람과 역사들을 담아 시작합니다.

 

‘Mr. 토일렛’의 남다른 내고장 사랑 가슴에 아로 새기다

■ “영원한 수원사람 故심재덕”

지난 14일 ‘미스터 토일렛’이라 불리는 평생을 ‘수원사람’으로 살아서 행복했다던 故 상곡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1939년 수원에서 태어난 故 심재덕 시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교편을 잡다가 경기도청 잠사과장으로 공직에 헌신했다. 이후 성공한 기업인으로 변신한 심재덕은 지난 1987년 청계천복원보다도 앞선 수원천 복개반대운동, 화성행궁복원추진, 월드컵경기장 건설, 화성 세계문화유산등재,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수원 곳곳에 그의 손길과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다던 심재덕이 평생을 원한 이름이 ‘수원시장’도 ‘국회의원’도 아닌 ‘수원사람’이라는 건 그의 유별난 수원사랑의 또다른 표현이다.

지금은 수원을 넘어 전국대표축제로 공인된 ‘수원 화성문화제’. 그 중흥은 바로 심 시장 재임시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층 발전한 ‘화홍문화제’였다. 능행차연시와 전통민속 등 각종 수원화성 기념사업 그리고 예술과 시민들의 참여가 어우러지면서 수원의 역사문화도시의 이미지가 탄생했다.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은 평소 누구보다 ‘물 사랑’에서 시작한 ‘자연과 환경사랑’의 실천주의자였다.

“물 잘 나오게 하고 하수구 막히거나 쓰레기가 적체되지 않게 잘 치워서 시민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자”던 심 시장은 서호 돌려주기, 팔달산 살리기, 광교산 사랑, 수원천 복원, 쓰레기줄이기를 위한 반대시민 설득과 봉투값 인상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택시 운전 체감 행정도 이미 민선 시장 시절 스스로 시작해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시정 추진에 나선 행정의 달인이었다.

 

 

 

또 국회의원 재임시절 “시장·군수·구청장의 정당공천이 배제돼야 한다”라던 그의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고 수원화성사업을 위한 일념으로 추진했던 컨벤션센터와 200.2m 관망탑, 영상테마파크 설치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또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려지긴 했지만 이미 서울에 설치된 (사)세계효문화본부의 수원 유치는 ‘정조의 수원 만들기를 구체화한 효원(孝園)의 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한 그의 남다른 수원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몸속에 전립선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세계화장실협회 회장으로서, 가난 때문에 나쁜 환경에서 벋어나지 못하는 후진국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세계화장실 사업과 총회를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느라 치료할 시기를 놓쳤다는 일화는 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 놓고 가도 사람들의 인연과 정을 두고 가지 못하겠다”고 말한 ‘세월 지나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 故 심재덕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시작되고 있지만, 이제 단지 해우재가 아니라 수원 어딘가에 ‘심재덕 화장실’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는 주변의 얘기가 그에 대한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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