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새로운 삶을 위한 헤어짐과 만남
[NGO칼럼] 새로운 삶을 위한 헤어짐과 만남
  • 경기신문
  • 승인 2012.01.16 20:09
  • 댓글 0
  • 전자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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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 갈등조정 전문가
새해 들어 첫 조정을 끝내고 법원을 나서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법원에서 협의이혼 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 졌다. 본인의 의지보단 민원실 직원의 권유와 시간상의 이유로 받기 시작했던 상담제도가 제도의 보완을 통해 가사소송중인 사건에 있어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최근 확대된 것이다. 상담의 내용도 1~2회의 단기 상담에서부터 7~8회의 상담까지 그동안 법원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많은 부분이 진행돼 왔다. 국가의 법률관련 서비스가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법원의 상담위원과 조정위원 역할을 함께 하는 기회가 돼 배당된 사건의 원고와 피고에게 상담과 조정을 오가며 ‘새로운 삶을 위한 헤어짐 혹은 다시 시작’에 진심어린 참여를 해왔다. 상담을 통해서는 ‘내담자’로, 조정을 통해선 각각의 ‘이해당사자’로서, 법률적으로는 ‘원고와 피고’ 등의 용어로 만남의 내용이 규정되며, 함께 했던 분들의 변화를 지켜보게 됐다.

대부분의 원고와 피고는 상담이나 조정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처음 시작할 때 왜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 심한 반감을 드러낸다. 법원에서 ‘빨리 판결을 내려주면 되는데 뭣하러 시간을 끌며, 힘들게 하느냐’ 항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가 변하기 시작한다. 사실 법원에 오기까지 자신의 감정을 추스릴 시간이 없었으며, 방법도 잘 몰랐고, 많은 부분 감정이 가장 고조됐을 때 법에 호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어느 한 쪽이 억울하다 생각하며 법에 호소하지만, 소송이 이어지면 감정은 더욱 격앙된다. 각자가 겪었을 고통과 분노의 양을 계량화하지 못함에 서로 힘겨워 고통스러웠음을 주장하며 상대의 고통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한참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도 다 잘한 것은 아니라’며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상대 앞에서는 인정보다는 또 다시 귀를 막는다.

첫 조정이었던 사실혼관계정리를 위한 소송에서 재혼과 초혼인 당사자들은 각기 다른 이해기준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기준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 보상을 요구했다. 특히 가족의 해체가 증가된 최근의 상황에서 재혼과 초혼의 결합이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다시 이혼을 경험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준비된 재혼이 아닐 경우 혼인이 파탄에 이를 확률은 매우 높다. 이혼도 준비된 이후라면 후회하지 않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 그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삶을 힘겹게 한다.

법정은 단지 혼인관계에 관한 것, 재산이나 자녀에 관한 것 등 살아가는데 지극히 일부인 법적인 것을 정리하고 준비해 줄 뿐이다. 심리적 위로나 본인이 느끼는 고통의 대가로 받게 될 위자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법적인 절차 이외에는 온전히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혼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법적인 것을 정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심리적인 것을 정리해야 하며, 세 번째는 배우자와 관련한 사회관계 정리가 필요하고, 네 번째는 경제적인 독립을 위한 정리가 필요하다. 물론 재혼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정도의 자기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 법원에서는 법적인 절차와 함께 상담과 조정 등을 결함해 판결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절차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훌륭하게 바뀌더라도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며, 제도가 좋아지기는 했으나 개인의 상향된 욕구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인 것도 있다. 스스로 헤쳐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관계를 새롭게 할 준비, 경제적 독립을 위한 준비 등의 자기 노력이 있을 때 이혼도, 재혼도 ‘새로운 삶을 위한 헤어짐과 만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김미경 갈등조정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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