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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아이들이 아프다

 

학교폭력 문제로 세상이 온통 난리다. 급기야 정부도 대책을 내놓는다고 소란을 떨고 있다. 대통령부터 검찰과 경찰까지 학교폭력을 잡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을 바라보는 마음은 결코 편치만은 않다. 이번 대책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고 가해자를 엄벌하고 격리한다는 것. 신고전화를 117로 일원화하고 부모의 동의 없이 강제전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등의 대책이 그것이다.

최근의 학교폭력 사태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디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학교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학교가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기성세대 모두가 책임이 있으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란다. 체벌 금지 때문에 학생지도가 불가능해 학교폭력이 난무한다고 한다. 이런 억지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학생들의 죽음을 이슈화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리는 천박한 현실인식이 역겹기까지 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오해 없기를 바란다. 체벌 금지는 학생인권조례 이전에 이미 상위 법률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을.

사실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학교에서 은밀하게 이뤄져 왔던 것이지만, 최근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태도다. 학교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와 맞닿아 있다. 권력과 경제력으로 집약되는 힘이 사회구조를 지배한다. 수평적인 인간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구성원간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돼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그대로 학교에 투영된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불가능하다. 성적 경쟁만이 있는 교육, 이 살인적인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들은 존재감을 잃고 방황하기 십상이다. 경쟁의 탈락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혹은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폭력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들은 ‘장난이었다’는 말을 쉽게 한다. 자신은 재미삼아 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아이들의 말에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의 전부가 아니다. 욕설도,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도, 생명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문별한 개발도,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도,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도 폭력이요,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폭력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폭력에 단화하게 대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해자를 징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모른다. 공감능력은 감수성에서 나온다. 이제 아이들의 인권감수성을 일깨우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나의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것은 지식교육으로 되는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을 때,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중감이 내면화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해 학교폭력으로 상담을 받은 아이들이 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우리의 제자이며 우리의 자식이다. 성공적인 혁신학교로 평가받는 시흥의 ㅈ중학교, 고양의 ㄷ중학교, 의왕의 ㄷ중학교, 의정부의 ㅇ중학교를 가 보라. 여기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권친화적인 학생지도를 통해 학교폭력이 현저히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쁜 세상이 점점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어느 작가의 지적은 채찍이 돼 뒤통수를 후려친다. 아픈 아이들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조성범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장 군포 산본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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