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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 청렴의 숲으로 들어가자

 

어떤 아이는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렸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런데 개구쟁이 또 다른 아이는 일곱 개 밖에 틀리지 않았다며 좋아한다.

언젠가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내용이다. 나는 이 광고를 볼 때마다 요즘 세태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것 같아 씁쓸하다. 상식적으로 시험문제를 많이 틀린 아이가 속상해 하고 울상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아이는 자신의 일이 아닌 듯 싱글벙글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개 틀리고도 울상인 아이는 그 동안 시험에서 틀린 적이 없었다. 일곱 개 틀리고도 싱글벙글 아이는 7개 정도는 수시로 틀려온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에 일곱 개 틀린 것도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우리주변에는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빈둥빈둥 놀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빈둥빈둥 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늘 그렇게 놀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쫓겨나기 직전인데도 회사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다. 자신의 능력부족이 얼마나 심각하지 모르고 있다. 평소 그런 위기감 한 번 갖지 않고 살아 왔기 때문이다. 사기나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가 뭐 잘못됐습니까?”라며 오히려 경찰관에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수 많은 범죄를 저질러 왔기에 남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고도 별 죄책감이 없다.

선진국의 척도라고 하는 부정과 부패도 마찬가지다. 평소 원칙을 지키고 깨끗한 업무 처리를 해 온 사람은 어쩌다 지인으로부터 작은 청탁이라도 받게 되면 마치 큰 일 난 것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커피 한 잔, 작은 선물, 용돈 몇 푼 정도는 가볍게 받아쓰던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부정한 청탁이 들어와도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무덤덤하다.

경찰관으로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로 청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음주 운전하다 적발돼 걸려오는 전화부터 고소 사건과 연관돼 있거나 또는 사람 찾아 달라는 청탁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만일 어떤 경찰관이 친절한 업무 처리와는 별개로 행정적 또는 사법적 절차 없이 청탁이든 부탁이든 들어주었다면 그 행위는 위법이거나 탈법이거나 규칙이반이거나 지시위반이다. 이것은 비단 경찰뿐 아니라 검사, 판사, 교사, 시청이나 국세청 직원 등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면 모두 적용되는 논리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2011년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208개 공공기관의 시책평가 개선도가 발표됐는데 의미 있는 결과가 들어 있었다.

한 사회의 부패척도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경찰청에 대한 평가결과가 작년 5등급에서 올해 2등급으로 급상승한 것이다. 39개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는 종합 11위를 해 작년 33위에서 무려 22계단이나 상승했다.

경찰청이 이와 같은 놀라운 일을 해 낸 것은 조현오 경찰청장 등 경찰청 지휘부와 중간관리자, 경찰의 자긍심을 살리겠다는 뼈를 깎는 자정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조직의 부정부패 척결은 초기에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조직 내 비리나 부정을 고발하는 휘슬 블로잉(Whistle-blowing)을 문화로 녹아나게 하거나 법제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부에서는 휘슬 블로잉이 같이 근무하는 구성원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인정머리 없이 잘못된 것을 고발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가치에 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 가치는 부정한 일을 감싸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렴한 선비정신을 강조했던 것이 우리의 전통적 가치였다.

청렴 조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을 해낸 경찰처럼 우리 사회가 청렴 숲으로 가는 길 또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

/김선우 경찰청 대변인실 온라인소통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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