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시론] 공공 지역 전문 전시공간 확보 시급하다

 

외국에 나가면 제일 부러운 것이 별로 크지 않은 도시에도 번듯한 미술관이 있고, 유명한 작품들을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국 맞아?”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10대 무역국이라는 나라가 미술관 운영의 열악함은 물론 미술관 건립비용도 마련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로 보면 우리와 비슷한 거 같은데, 그들은 대체 무슨 묘수(妙手)를 부려 그렇게 훌륭한 미술관들을 건립·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를 사랑하는 그들의 조상덕으로 돌리려다가도 은근히 부아가 난다. 10여년 전 문화입국을 외치며 1천개의 미술관·박물관 시대를 외치던 때, 나름의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외국의 미술관들을 견학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자부심은 사라지고 이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서울·광주·부산·대전·전북·경기·대구에 이어 인천·강원도도 대형 공공미술관 건립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계획과는 달리 지역 미술관들의 건립이 부진했던 이유는 물론 재정문제 때문이었다. 사실 지자체들이 막대한 건립비용과 운영비용이 드는 공공 미술관을 건립·운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관이 아니라도 좋다. 수원미술전시관과 같이 전시 전문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은 사회·경제적 편차가 심하듯 문화공간의 편차도 심하다. 경기도미술관은 2007년부터 ‘찾아가는 경기도미술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소회지역 주민의 문화향수권 신장을 위함이었다. 전시장소는 문화회관, 면사무소, 갤러리, 마을공동회관 등 가리지 않았다. 2009년부터는 ‘찾아가는 경기도미술관’을 ‘함께하는 경기도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꿔 진행했다. 문화향수권 신장이라는 취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지역의 미술창작가에게 전시기회를 줘 지역작가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고 지역미술도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좋은 취지와는 달리 ‘함께하는 경기도미술관’은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가장 큰 것이 전시장 문제였다. 전시장 시설이 너무 낡은 곳도 있었고, 전시장이 너무 작아 전시를 유치할 수가 없는 곳들도 많았다. 성남, 안산, 수원, 일산, 하남, 의정부, 포천 등 그럴듯한 전시공간이 있는 곳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시흥, 구리, 의왕, 양주 등은 제대로 된 전시공간이 없어 전시를 개최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어떤 곳에서는 몇 번이나 전시를 했는데, 어떤 곳에서는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2011년 양평군립미술관이 건립됐고, 올해는 오산미술전시관이 문을 열고, 의왕은 전문 전시장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변변한 전시시설이 없음에도 새로운 문화시설을 지으면서도 전시시설은 아예 제외시키고 공연장을 중심으로 문화시설을 신축하려는 지자체도 있다. 지역 전문전시공간의 건립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하드웨어 하나를 갖추는 일이 아니다. 지역 전문전시공간은 그 지역 미술문화 연구의 출발점이다. 전문시설이 갖춰져야 전문인력도 육성되고, 훌륭한 작품도 수집하며, 좋은 프로그램도 기획할 수 있다. 여건이 어렵겠지만, 지역 전문전시시설의 확보는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지역 미술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 전시시설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전시시설의 확보는 단순히 전시장 하나를 확보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된 전시시설의 확보는 문화향수권의 신장과 창작의욕 고취는 물론이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정체성의 확립과 지역민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해 애향심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서울대 서양화과, 중앙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졸

▲ 경기대, 수원대, 중앙대 등 강사 역임

▲ 경기창작센터 학예팀장,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원

▲ 1992년 문화일보 미술평론 당선

▲ 저서 <서양미술사 속에는 서양미술> 전시 <전시연출 이렇게 한다> 등

▲ 주요기획전시 <예술의전당미술관 개관기념전> <칸딘스키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노벨문학 101년과 영화> 등

/박우찬 미술평론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