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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이젠 학교폭력이 없어질까요?

 

교장선생님. 저 모르시겠죠? 늘 조용히 지내는 아이니까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요즘 많이 힘드시죠? 저희들도 마찬가지에요.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될까? 노는 아이들도 이젠 좀 조용해질까? 그러면 학교가 더 좋아지는 걸까? 이러다가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요?

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되겠죠? 전요, 우선 ‘무서운 초딩들’ ‘무서운 중딩들’ ‘10대안의 악마’ 같은 표현이 구역질이 날 만큼 싫어요. 제 자식에게도 그럴까요? 우리 집 애는 그렇지 않은데 다른 집 애들은 모두 비정상이란 뜻이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아직 그런 나쁜 짓을 할 나이가 되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그게 말이나 되나요? 더구나 악마라니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럼 어른들은 뭔가요? 10대들을 악마로 만드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얼마나 더 무서운 악마들인가요?

교장선생님. 지난해 12월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중학생을 떠올리면 정말로 진저리가 쳐져요.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그 고통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을지, 그 고난의 시간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그런 생각을 해보면 제 몸이 움츠러들고 찢겨나가는 느낌이에요. 잠도 자지 못하고 리모컨처럼 조종당했다지 않아요? 물고문까지 받았다지 않아요? 어른들은 그런 고통을 잘 견뎌낼 수 있나요?

남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가혹한 벌을 줘도 좋을 것 같아요. 당장 학교에 못 나오게 하고, 강제로 전학도 시키고,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기고,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경찰에 넘겨 조사하고, 그 애들의 부모까지 처벌하고 교육을 받게 해야겠지요. 신고전화도 새로 정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님 말씀처럼 ‘쉬쉬’ 하는 비겁한 학교는 선생님들도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죠.

그렇지만 교장선생님, “이때다!” 하고 체벌을 허용하자거나 그래도 체벌은 안 된다는 주장, 이 사건을 보더라도 교권회복 혹은 학생 인권신장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주장들은 아무래도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마당에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에요. 일만 생겼다 하면 높은 분들을 불러놓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다가 말잖아요. 언제 한번 지난번 대책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따져봤나요? 실천을 잘 하는데도 자꾸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 할까요?

교장선생님.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어요. 전요, 그 대책들이 다 실현된다 해도 우리가 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나쁜 짓을 하는 아이를 더 혹독하게 다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더 착해지는 것도 아니고, 숨을 죽인 채 ‘죽어라’ 공부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나중에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저는 우선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어른들은 나쁜 짓을 하는 애들도 평범한 애들이라고만 하고, 그 애들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도 잘 모른 채 무턱대고 막아내는 대책만 세우는 것 아닌가 싶어요.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행복하다면 그런 짓을 당장 그만둘 아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학교를 만들려면 장관님, 교육감님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교장선생님 마음대로 그렇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아니, 어떤 일이 더 중요한가요?

교장선생님! 나쁜 짓 하는 아이들을 혹독하게 벌주는 일은 정해진 대로 하시더라도 교장선생님께서는 우리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하신다면 우리는 결코 교장선생님을 잊지 않을 거예요. 우리 학교 애들은 사실은 교장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할 준비가 돼 있는 애들이거든요.



/김만곤 한국교과서 연구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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