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특별기고> 두어서너 너더댓개

어렸을 때 어른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가장 갈등을 느끼는 것이 숫자의 문제와 전해드리라는 말씀이었다.
봄에 못자리에서 제논으로 옮겨심기 위해한 작업(시골에선 ‘모를 찐다’고 했다)을 하게 되는데 어른들은 ‘짚단 서너개만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킨다. 3개 또는 4개인데 5개를 가져가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고 때로는 2개를 가져가되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일에서도 숫자의 개념을 아주 약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을 도우면서 농사관련 숫자에서 틀린 기억이 없다.
그리고 가을에 추수를 마치면 시루떡을 만들어 집안 여러 곳에 잠시 놓아둔다. 대청마루, 우물가, 장독대, 짚으로 만든 터주대감 앞에도 놓았다가 가져오고 화장실에도 잠시 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서 나무로 만든 그릇에 담아 이웃에 돌린다. 가끔 떡 나르는 심부름을 가곤 했는데 떡을 받아든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한결같이 ‘잘먹겠다고 전해라’하신다. 하지만 한번도 그분들의 당부말씀을 어머니께 전해드린 일이 없으며 말씀을 전해드리지 않은 일로해서 책망을 들은 일도 없다.
사회생활 중에도 애매한 표현이 많이 있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겠거니와 본인이 나이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그 사람의 나이는 더더욱 판단하기가 어렵다. 말하는 이에 따라 나이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을 것이며, 키를 이야기 한다면 난장이가 본 보통사람은 자신보다 키가 클 것이고 거인이 본 일반인은 키가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성과의 평가도 맹점이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목표를 낮게 잡으면 성과는 100%이상이 될 것이지만 의욕적인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사업은 많은 일을 하고도 70%이내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판가름 나고 그래서 오히려 부진사업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업비를 투자해서 완공한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미진하다보니 공사만 준공했지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성과에 대한 분석은 명확하지 못한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해온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해도 문제삼지 않으면서 채무를 지면서 건설한 우회도로는 수많은 차량이 통행하고 그 효율성이 높아도 오히려 빚을 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행정기관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를 하고 자료를 수집하지만 그 사업의 성과분석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업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면 손익계산서에 의해 평가되고 광고를 하면 매출 신장률로서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 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들은 곧바로 성과나 효과분석이 나타나지 않는다. 도로사업이나 산림녹화사업 등은 그 성과가 어느정도 눈에 보이고 운전자나 주민들이 그 효과를 감지하겠지만, 물 관리, 맑은 공기 관리 등의 경우에는 많은 돈이 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성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예산’이니 ‘혈세의 낭비’니 하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행정기관의 예산 편성이나 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그러나 행정의 특성상 돈만 들어가고 그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니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행정기관은 떡 잘먹겠다는 아주머니 말씀을 반드시 전하지 않듯이 자신이 한일을 자랑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의 소중한 자연자원을 지키고 물과 공기를 관리하고 교통난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밤새 도둑맞지 않았고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경찰관, 소방관의 24시간 근무가 의미없어 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행정성과를 평가하는데는 더 많은 인내심과 폭넓은 시야가 필요할 것이다.
<경기도 홍보기획사무관 이강석>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