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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산다는 것, 그리고 행복하다는 것

 

필자는 우연하게도 천막극장에서 영화나 유랑극단 공연을 보면서 장차 커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 모습을 부모님들이 보면서 썩 찬성하진 않으셨다. 그 때 내가 하려는 일은 ‘광대’였고 천하게 여겨져 주위에서도 이상한 아이로 보여졌던 건 아닌가 싶다. 당연히 대학에서 전공을 ‘연극영화’로 했고, 선배들의 실습작품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을 담당한 선배들이 준 버스표 2장을 받아들고 흑석동에서 가장 먼 한양대, 건국대, 세종대 등 학내 게시판에 포스터를 부착하러 돌아다녔다. 학교 교무처에 검인 도장을 찍고 묵묵히 각 중요 게시판에 부착하면서 어린 마음에도 내가 포스터를 잘 붙이는 만큼 공연이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의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일의 양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누가 보는 것도, 확인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 양심에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에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울 때 왠지 보람을 느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대학시절 내내 기획 일을 하게 됐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 관객들을 모으는 일이 정말 신나고 즐거웠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현실은 학교와는 달랐다.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이 되니까 내가 좋아하고 하고픈 일보단 가족을 우선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대기업 두산그룹 동아출판사에 공채 시험에 합격, 근무를 하게 됐다. 그 때 우연을 가장한 필연 같은 것이 필자에게 다가왔다. 당시 두산그룹에서는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취지에서 종로 5가에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을 개관하게 됐다. 과장급 이상 관리자 중에서 극장장을 사내 공모했고, 연강홀 극장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그 때 내 전공을 찾아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필자가 만 33세의 일이다. 6년 3개월간 열심히 재직했고, 국립극장 기획팀장으로 일을 하게 됐다.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예술경영과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

필자의 일은 남들이 쉴 때 더 바쁜 업종이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일이 많다. 가끔 필자가 하는 일은 프로야구 감독과 같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 관중들에게 기쁨을 주고 지역의 팬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감독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훌륭한 선수를 조련하고 야구 승부의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 ‘존재감’을 갖게 한다. 그래서 연중 모든 역량을 야구팀의 승부에 걸고 있다. 아트센터의 관장이라는 일도 이러한 멋진 콘텐츠를 만들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다만 문화예술이라는 일이 속도를 매우 더디게 한다는 차이점은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감독과 같이 프로의 정신으로 멋진 콘텐츠 승부를 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사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필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우리 가족에겐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작년 아트센터가 주최한 ‘거리야, 놀자’라는 야외 축제가 있었다. 지역민들에게 무료 개방하는 아트센터 전 공간을 활용한 거리축제였다. 하루 행사임에도 많은 지역민들이 참여했다. 축제 피날레는 공중 아트 서커스와 예술불꽃놀이였다.

가족을 초청했다. 행사장을 정리하고 집에 들어간 것은 새벽 2시, 집사람과 딸아이는 그 동안 자지 않고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 피날레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아빠를 칭찬한다. 아침 6시까지 가족의 미래, 딸아이의 현재 고민,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향후 계획들을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아빠가 하는 일로 가족이 화합하고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작년 ‘거리야, 놀자’는 필자에게 직업에 대한 큰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산다는 것, 그리고 행복하다는 것을 필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느껴졌음에 진정으로 고맙고 행복했다.

/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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