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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共感을 통한 자기결정

 

이혼소송 과정에서 조정을 위해 만났던 부부를 1년 만에 만나게 됐다. 한번 조정이 이뤄졌는데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여간해서 주어지기 힘든데 이전에 봤던 부부이니 다시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연락이었다. 전화를 끊고 작년에 있었던 ‘두 갈등당사자’의 조정과정을 떠올렸다. 아마도 30대 중후반의 부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정이 진행되기 전 상담도 여러 차례 진행됐던 이혼소송사건이었다. 조정이 진행될 때에도 이혼에 대한 생각과 다시 재결합에 대한 의지가 반반 정도였다.

민법 제 84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원인은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고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할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의 갈등은 민법의 재판상 이유에 해당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 비해 극히 일부분에 해당되는 경우였고, 소송 중에도 이혼을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했으며, 그러기 위해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같은 이유로 아내는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해 재판을 청구했었다.

부부사이도 매우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전문직인 아내의 직장생활을 위해 가사, 육아를 함께 하려 노력했던 흔적도 있고, 부부사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경계선에서 갈등하며 어려워했던 문제는 맞벌이 부부로서 자녀양육을 위해 원가족과 세대를 합치며 일어났던 어려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였다. 홀로 사는 친정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살던 집을 처분해 딸집과 합하는 과정에서 1, 2층으로 분리된 단독주택 생활을 하게 됐고, 생활비 등 일상적인 지출은 사위내외가 맞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로 살다 보니 가사와 자녀양육의 많은 부분이 생각했던 만큼 지원되지 않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 결과 아내는 남편에 대한 가사와 양육참여의 불만 수위가 높아지고 남편은 아내에게 오히려 부부만의 가족구성이었으면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더 힘들게 됐다는 불만이었다. 더해 사위의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생활에 참견하는 장인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여러 차례 이혼과 재결합 모두를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고 조정안을 만들었으나, 친정아버지와 떨어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아내가 동의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혼으로 정리됐다.

부부가 노력해 심리적, 물리적인 세대분가가 건강하게 이뤄졌다면 아마도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던 사건이었다. 이번에 다시 소장에 정리된 내용은 미래의 양육비를 보장 받기 위한 보증을 하라는 전 아내의 소송이었다. 아마도 실직 중인 전 남편이 미래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양육비 지급이 몇 번 늦기는 했으나 매번 지급되고 있었고 오히려 이혼 시 아내 명의로 된 재산분할이 되지 않았다고 전 남편은 주장했다.

공감(共感)이 좀 더 됐더라면 다시 소장이 청구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공감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경험, 정서상태, 생각 등을 상대방의 관점과 입장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과정인데 아직도 이혼 당시의 감정이 상당히 남아 있음을 보았다. 다행히 두 사람의 조건에 맞게 재산분할과 양육비가 다시 정리됐다. 이번에는 공감을 통한 자기결정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이심전심은 아니더라도 다시는 법을 앞세워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과정의 피해는 본인들뿐 아니라 고스란히 아이들의 힘겨움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헤어지는 것은 미래의 비용을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미경 갈등조정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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