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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왔다

 

이번 4월 총선에 뜻을 두고 있는 지인을 손꼽아 보니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모두 크고 작은 인연으로 설켜있는데... 오지랖이 넓은 셈이다.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하는 남자)식으로 구분해보면 아주 가까운 사람이 출마한 경우, 1) 여론 조사결과에 따라 그날 기분이 좌우된다. 2) 어떤 식으로든지 자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3) 선거 정보 메시지를 받았을 때 안쓰럽다. 4) 선거에 떨어졌을 때, 경제적인 면과 건강이 걱정된다.

미지근한 사이라면, 1) 꽃값은 아깝지만 가급적 당선됐으면 한다. 2) 당선되면 자주 못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옛날 방송 현업을 할 때 역대 국회의원 선거를 “당선되면 나라 망하고! 떨어지면 집안 망한다!”란 제목의 르포(reportage)형식으로 제작했다. 믿거나 말거나 이 말은 후보자의 마누라가 내뱉었다는 탄식이라는데 설마하니! 막걸리, 고무신이 판치던 시절이다.

방송시간이 아침 6시라, 청취율 때문에 머리 많이 아팠다. 초라하나마 상품을 걸고 퀴즈를 냈다.

왜 집안 망한다고 했을까? 1)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2) 이웃으로부터 외면당해서 울화병이 생겨서 3) 부끄러워 아이들이 가출했기 때문에... 등등, 하여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퀴즈 덕분에 기본청취율은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감(事實感)이 나도록 중간 중간 당시 출마했던 분들의 육성(肉聲)을 넣어야 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 한 분은 당시 여당 출신으로 인품이 국회의원답지 않게(?) 고매하다는 여론이었고, 또 한 분은 야당출신으로 5선(전국구2번)을 거친 선거전문가였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된 합동유세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나가수’(나는 가수다)처럼 모두들 마지막에 나서길 원했다.

두 분 전직의원들에게 전화를 드렸다. “의원님! 아직도 의원님을 흠모하는 많은 사람들이 의원님의 근황(近況)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방송국에서는 의원님이 당시 선거상황을 직접 녹음해서 방송코자 하오니…….” 이때 가급적 의원님이란 말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의원님이란 호칭이 그분들에게 얼마나 향수를 자아내는 말인지!

그런데 반응이 너무 달랐다. 과거 여당의원께서는 “해놓은 일이 없어 항상 부끄러운데, 새삼 방송에서 무얼 말하겠소. 모두가 변명인걸, 뜻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반면에 다선어른은 “방송의 역할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있음에, 아주 좋은 기획일세.”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천리였다.

풍문에 들으니 강직했던 어른은 하루 호구(糊口)마저 어렵다고 했고, 다선 야당의원은 서울정릉 근처 일대가 모두 그 분의 땅이라고 했다.

이젠 모두 고인이 됐지만 부음(訃音) 기사도 차이가 났다. 아마 한 분은 한 줄짜리였고, 한 분은 꽤 큼직했다.

정치 때문에 화상(火傷)을 입은 경험이 있다. 15대 국회의원 개표가 끝난 후, 모 신문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다. 골리앗과 싸움에서 이긴 당선자에게 보낼 공개편지를 부탁받았는데 축하 일변도가 아닌 따끔한 충고를 부탁했다. 이리저리 구상을 하던 중 아침 조간에서 ‘삼선(三選)의원자살’이란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 분하고는 일면식도 없고 작은 인연도 없다. 기자출신으로 대단히 능력 있는 분이었는데 정계에 투신 후 화려한 정치생활을 했다. 그러나 연이은 낙선, 결국 죽음을 택했다.

당선의 기쁨에 아직 잠 덜 깬 촉망받는 정치인에게 “작고한 삼선의원을 항상 생각하라” 이렇게 진정어린(?)글을 보냈는데 하필 출발점에 서 있는 사람에게 그따위 말을... 그쪽 캠프에서 매우 서운하다는 분위기였다. 그 뒤 미편한 관계가 오래 지속됐다. 그때는 당당했지만, 맞다! 몸에 좋더라도 쓴말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것을 요즘, 너무나 뒤늦게 알았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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