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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지난 1월, 세계 3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당시 뉴욕필의 연주홀인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는 앨런 길버트의 지휘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이 연주되고 있었고, 이곡의 가장 엄숙한 부분이 막 지날 무렵 객석에서 느닷없이 ‘아이폰’ 마림바의 벨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에 앨런 길버트는 객석을 바라보며 소리를 중지시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후에도 얼마 간 벨소리는 계속됐고 마침내 그는 지휘봉을 내려놓고 연주를 멈추었다는 것. 사실 170년 만에 처음 있었다는 뉴욕필의 연주 중단사태가 문화선진지라 불리는 뉴욕에서 있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사람이 놀랐을 것이다. 적어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문화예절은 우리가 본보기로 삼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언론들은 공연장, 전시장에서의 문화예절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에 관한 몇몇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 사건이 남의 나라 얘기라 하기엔 우리의 에티켓 문화가 아직은 일상 속에서 뿌리 내렸다고 보기엔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티켓(Etiquette), 인터넷 백과사전에 찾아보니 ‘예의범절을 익힌 사람이 왕실에 출입할 수 있는 티켓과 같은 것을 의미한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회생활의 모든 경우와 장소에서 취해야 할 행동양식 즉, 굿 매너(good manner)와 같은 뜻’으로 요약돼 있다.

위 설명대로 우리는 일상에서, 적어도 양식과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법률과 규칙으로 정해진 바 없어도 사회구성원이 묵시적으로 합의한 여러 에티켓을 준수해야 한다. 그것이 선진시민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 요건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의회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회의석상에서 느닷없이 울리는 벨소리가 있는가 하면, 아예 대놓고 통화 하는 사람, 동료의원이 중요한 발언을 하건 말건 상관없이 사적인 이야기로 발언의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일도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의견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스러운 욕설로 상대방을 모욕 주는가 하면 주위에 있는 기물을 들고 금방이라도 폭력을 쓸 것 같은 행태를 보이는 의원들도 가까이서 보았다.

그런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성난 맹수의 얼굴이 오버랩 돼 나타난다. 자신의 의(義)에 사로 잡혀 섬뜩한 말의 비수를 날리며 남을 정죄하는 사람들의 굳은 얼굴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 중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것이 있던데 이제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특별 관문을 만들어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익힌 뒤에 입문의 기회를 준다면 우리 의회의 모습도 새해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박완정 성남시의원 (새·행정기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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