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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콩가루 집안일세!

 

이시하라 신타로 日 동경도지사. 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난징 대학살 사건은 지어낸 말” 이라는 그의 발언을 들었을 때 이사람은 지식인이 아니라 단정했다.솔직하지 않은 지식인은 비겁하다.

한때, 흠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사람 멋진데... 이런 종류의 감정을 품었던 사람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불쌍하다. 그리고 자신의 안목(眼目)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현재 일본 동경 도지사, 일본의 가장 전통 있는 문학상인 아쿠다와상을 받았으며 영화배우, 감독 그리고 참의원을 거쳐 1996년 동경 도지사로 당선. 오늘날 일본의 매스컴에 가장 빈번히 등장한다. 나이는 팔십에 한 살 모자란다. 참으로 화려하면서도 끈질긴 사람이다. 신체 부위별로 생년월일이 다른 모양인데 말 하는 것은 구상유취(口尙乳臭) 아직도 젖비린내 나는 수준이다. 지금은 이처럼 혹평을 하지만 한때 그를-작품포함 좋아했다.

아쿠다와상 수상작인 그의 소설, ‘태양의 계절-太陽の季節’을 읽고 작가를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주인공을 흉내 내는 태양족(太陽族)이란 무리까지 생겼을 정도이니... 큰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다쓰야는 대학에서 농구를 하다 권투선수로 전향한다. 따뜻하게 응원을 해주는 아가씨-에이코와 애인 관계로 발전하지만, 이전의 흔한 여자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에이코를 몸으로(?), 말로서 학대한다. 에이코 역시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이유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다쓰야에게만은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사랑하기를 원한다. 결국 애기를 갖게 되지만 수술 삼일 만에 에이코는 죽는다. 장례식장을 찾은 다쓰야, 영정에 향로를 집어 던지면서 “바보자식” 이라고 외친다. 어리둥절해 하는 조객들에게 “당신들은 아무것도 몰라!!” 이렇게 외친다.

스무 살 전, 후에 ‘태양의 계절’을 읽었는데 다쓰야와 에이코의 사랑 장면에 대한 묘사는 젊은 나이에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차타레 부인의 사랑’ ‘북회귀선’은 저리가라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누가 볼까봐 가슴 조리며 책장을 넘겼다.

일본 젊은이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방식인 줄 착각하고 또, 책임 없는 그들의 사랑이 참으로 부러웠다. 하룻밤 실수도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그 시절 우리네 공식(公式)이었다. 이제까지 상상 못할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이시하라 선생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애(性愛)의 표현도 너무 선정적이었지만 반사회적, 반윤리적인 행태에 대해 반감도 슬며시 일었다. 몸에는 해롭지만 맛있는 반찬에 자꾸 눈길 갈 때, 그런 심정이었다. 그는 잡종(雜種)이다. 그 뒤, “NO라고 말 할 수 있는 일본!” “아들이여! 아버지를 능가하라!” 그가 쓴 책은 발간하는 데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발언 “일본의 난징 대학살 사건은 지어낸 말”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이 사람은 지식인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솔직하지 않은 지식인 그것은 비겁하다. “911 테러는 역사의 필연!” 현역 중의원(衆議院)인 이시하라의 아들이 한 말이다.

전쟁을 일으켜서 형제자매의 목숨을 빼앗은 적국(敵國)을 용서한 나라-당시 미국은 진정한 위로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런 모진 말을 뱉을 자격이 있는가? 며칠 전 외신 한 자락에 이시하라 부자와 관계된 소식이 있었다.

아들은 현재 자민련의 간사장(우리나라로 치면 사무총장)인데 아버지가 새로운 신당을 만들어 차기 총리를 노리고 당적이 다른 아들도 총리를 꿈꾼단다. 아비가 “도대체 존재 이유도 알 수 없는 정당에서 활동하는 자식이 불쌍타”고 독설을 내뱉자 아들은 이에 질세라 표현은 다르지만 쉬운 말로 노망들었으니 고만두라고 했다. 콩가루 집안이다.

그러나 아들한테 아버지를 능가하라고 책까지 써서 교육을 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그렇다!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만 보고 좋아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김기한 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객원 논설위원·前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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