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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요즘 십대를 읽는 세가지 코드

 

자신의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새로운 일에 열정을더 쏟는다… 가정은 대학입시 준비 공동체고,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내신 성적만을

필요로 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학교는 곧 새 학기를 맞이한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교사들의 마음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의 원인이 담임교사에게 전가되는 분위기 탓에 담임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나도 3월이면 학교를 옮겨 전혀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야 한다. 교사는 모름지기 학생들과 마음을 나눠야 한다. 그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게 교사의 의무이기도 하다. 요즘 십대들의 마음을 읽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세상이 급격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IT 산업의 발달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실 세계의 십대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 너무 다르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과연 그렇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60~70년대는 가부장적 문화가 온전히 남아 있었으며, 철저하게 통제된 군부독재 시절이었다. 개인의식보단 공동체의 질서에 편입되도록 강요받던 시절이었다. 또한 ‘선과 악’, ‘민주와 반민주’의 경계가 명확한 이분법적 사고가 가능한 사회였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보다는 국가와 민족의 문제에 천착(穿鑿)하려는 내면의 욕구가 꿈틀거렸던 시대였다. ‘민족’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경건함을 넘어 엄숙주의를 각인시켰다. 엄숙주의는 개인의 욕구를 이성으로써 엄격하게 억제하고 통제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학교의 권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가? 첫째, 요즘 십대들은 아동성(아이성)을 잃고 살아간다. 인터넷의 발달과 상업적 소비문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십대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 그리고 선정적인 성인문화에 항시 노출돼 있다. 나이는 십대지만 생각과 행동은 기성세대의 그것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몽적인 훈육이 효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

둘째, 요즘 십대들은 교과서의 권위를 부정한다. 학교가 정보를 독점하던 산업사회와 달리 지식과 정보가 흘러넘치는 지금은 굳이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않아도 된다. 요즘 십대는 삶 속에서 배우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들에게 교과서의 내용은 고리타분할 뿐이다. 그런데 학교는 여전히 교과서 만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과서에 들어 있는 낡은 지식-십대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을 암기하는 교육에 십대들은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셋째, 요즘 십대들은 자신의 잘못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새로운 일에 열정을 더 쏟는다. 새로운 것은 흥미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기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변화의 속도에 둔감한 부모나 교사들은 십대들과 감정의 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도 학교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시대에 그들이 마음 둘 곳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가정은 ‘대학입시 준비 공동체’에 불과하다. 지금의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내신 성적만을 필요로 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요즘 십대들은 많이 아프다. 미래가 불안한 탓이다. 교실은 꿈[理想]이 아니라 꿈[夢]을 꾸는 곳이 됐다. 십대의 30% 정도가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견해도 있다.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누군가를 향해 호소하고 싶지만, 그들의 아픈 절규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서 그들은 절망한다. 교사들은 상담과 훈계를 혼동한다.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이 내면화돼 있는 탓이다. 지금 십대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눈높이를 맞춘 소통이다. 그들의 절규를 들어줄 수 있는 교사들의 감수성이 절대 필요한 때다. 십대들의 방황의 윤회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교사들의 자발적인 집단지성을 믿어볼 밖에.

/조성범 군포 산본공고 교사,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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