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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 교육의 백년대계, 학교설계는 기본

 

현대의 학교폭력은 땅에 파묻고 귀금속·자동차·금품을 갈취하는 등 대물림되고 있다. 입안에 개구리를 집어넣고 군고구마 앵벌이까지 시킨다. 지금의 학교는 학교폭력과 외부인 출입에 따른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경우 컬럼바인 고등학교 등에서 총기를 사용해 대량살인 사건이 수차례 났고, 독일 바이에른주에서는 중학생이 수업 중 숙제를 안 해왔다고 나무라는 교사에게 총을 쏘는가 하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외부인이 흉기나 폭탄을 소지하고 난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폭력 43%가 신체폭행이나 금품갈취, 성추행 등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가해자 65%가 동급생일 정도로 자체 보호막이 없다. 지난달 대구 한 고교에서 학생이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휘둘렀고, 안양의 한 중학생이 남학생 1명과 여학생 4명의 배와 옆구리를 찔러 중환자실로 옮기는 등 학교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선진국에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범죄인, 범행 대상, 범죄 기회 등 범죄 3요소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피해 확률을 최소화한다. 범행기회를 심리·물리적으로 저지하고 도시계획이나 건축설계를 할 때 시선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건물 모서리를 둥글게 하거나 CCTV를 설치하고 있다.

미국은 총기사용과 같은 학교범죄 예방을 위해 CPTED 기법과 보안시스템은 물론 관리·환경 미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CCTV가 가장 많은 영국은 경찰산하 비영리법인을 통해 학교 건축물들이 CPTED 지침을 적용하도록 유도한다. 일본은 문교과학성대신관 방문교시설부가 범죄와 재난 및 화재 대피 등 ‘학교시설 정비지침’을 제정해 학교 CPTED에 적용한다.

초·중·고교 학생은 정신적·신체적 변화를 거쳐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면을 통합해 성인으로서의 인격을 완성해가는 마지막 준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이 우리 청소년들을 폭력과 자살로 내 모는지 그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를 알아야 한다.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자기 주변에 없다는 좌절감은 내면의 분노와 우울증으로 폭력 행위자에 대한 보복 충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부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지금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한 1회성 싸움이 아니다”, “형법에서 폭행은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말하고 이는 형사입건 대상이다”, “학생이라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학교 범죄는 SNS·전화·인터넷 등을 활용한 신속한 신고·접수가 중요하다. 현재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는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상담, 사후 대책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경찰은 범죄척결자(Crime Fighter)에서 전환의 변곡점으로 삼아 ‘문제해결사(Problem Solver)’로의 패러다임을 정립했다. 예를 들면 경찰은 학교폭력 행위자가 형사상 미성년자일 때 인성이나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을 파악해 선도나 보호차원에서 학생들을 대하고, 교사들과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학교시설이 건축되던 시기에 CPTED 적용이 쉽지 않아 안전이 뒤따르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학교범죄 급증에 따라 환경 변화도 절실하다. 학생이 인격적·신체적으로 성장하고 머무는 학교시설에 대한 안전진단은 교육환경의 기본이 됐다. 국가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는 범죄로부터 취약한 학교의 물리적 환경 요소를 개선해 안전이 보장된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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