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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사람을 살리는 범죄자

 

작년 김대연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7살 소아환자에 십이지장·대장 등을이식했는데 이에 대해 불법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치료들이 가능하게 된 반면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7살의 소아 환자에게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을 이식했는데, 현행 장기 이식법에는 신장, 간, 췌장, 심장, 폐·골수, 안구, 췌도 및 소장의 이식만을 허용하므로 환자가 이식 받은 위와 십이지장, 대장, 비장에 대한 수술은 불법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 분위기로 보아 김교수가 불법시술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소장은 이식이 가능하고 대장과 위는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법의 취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치료들이 가능하게 된 반면에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진료가 무엇인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의사일 수밖에 없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의 상징으로 알려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구절이 법이 추구하는 정신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사실 장기 이식은 많은 사회적인 문제점을 야기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부 공산국가에서는 사용수의 장기를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적출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과 가족의 의사에 반하는 장기이식이 이뤄져서는 안되며, 특히 장기 공여자가 금전적인 목적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매우 엄격해야 한다. 또, 장기 기증자는 적고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는 많으므로 장기기증을 받는 순서는 투명하게 결정돼야 하며 장기 기증자의 뇌사판정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기준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장기이식법이 필요한 것이다. 즉, 사회문화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도덕적인 진료를 막기 위한 법에 반대를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범주를 벗어나 가장 전문적이고 핵심적인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까지 법으로 규정했다는 점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더구나 이런 사례는 장기이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각종 치료약에 대한 정부의 허가 사항과 의학적인 판단이 충돌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지난 2007년 폐암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새로운 항암제를 투여했다가 부당진료로 고발됐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백혈병 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를 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은 성모병원이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레이쉬(Raisch)는 의사는 약에 대한 처방을 할 때 약에 대한 자료, 동료 의사들의 경험, 세미나와 같은 다양한 교육을 통해 약에 대한 주관적 규범이 형성됐을 때 지속적인 처방을 하게 된다고 했다. 즉, 의사가 내면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정부나 병원 당국의 규제에 의한 약의 처방에 대한 제한은 일시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만 의사는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필요한 약을 처방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은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이식과 약의 규제를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에 적용될 수 있다. 이번에 시술된 소아환자의 7가지 장기 이식의 성공도 의학적인 고민과 함께 법적인 규제에 대한 고뇌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에 관련된 법적 행정적 규제는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뤄지고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학회를 통해 의사들과 소통함으로써 적절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의료계와 환자 그리고 행정당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 현대중앙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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