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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교에선 아무것도 공짜로 이뤄지지 않는다

 

졸업식이 ‘무사히’ 끝났다. 돈 뺏기나 밀가루 뒤집어쓰기, 알몸기합 등의 ‘통과의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나?’ 싶기도 하다. 이제 3월이다. 입학식을 하게 되면 적어도 1년 가까운 세월은 졸업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잊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보면 거의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학교와 교육청, 경찰의 ‘삼엄한’ 분위기에 얼어붙었기 때문에 조용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교육청에서는 대체로 각 학교의 졸업식 추진계획을 조사하고, 학교폭력 사전예방교육을 하도록 요구했다. 돈을 빼앗을 경우 금품갈취 혐의로, 밀가루를 뿌리고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는 폭행 혐의로, 알몸이 되게 하거나 알몸 상태로 단체기합을 주는 행위는 강제추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알몸을 휴대전화로 촬영·배포하는 행위는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규정해 집중 단속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심지어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녀가 졸업식 뒤풀이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졸업식에 참석해 학생들이 학부모의 책임 아래 귀가하도록 유도하라고 안내했다. 이렇게 해서 조용히 지나간 2월을 교육의 힘으로 성취된 훌륭한 졸업시즌으로 보거나 이걸 ‘교육적’이라고 강변한다면 우스개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비웃을 일이다.

조용히 지나간 2월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졸업식이든 뭐든 학교의 일들은 학교답게 실시하고, 교육답게 전개할 수 없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교복을 찢고 계란을 던지며 해방감을 표출했다면, 이번에는 어른들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 그걸 참고 유보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앞으로는 아예 해방감을 표출할 일이 없게 해주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그 해방감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졸업식은 전통적인 졸업식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병력을 배치한 경우도 특이했지만, 부모를 불러 발을 씻어주게 한 학교도 있었고, 교사를 꽃가마에 태워주기도 했다. 졸업식장에서 교복을 물려주기도 했고, 독거노인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 학교도 있었다. 심지어 교장이 훈시를 하는 대신 색소폰을 불어줬다는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졸업장을 받고 지루한 ‘회고사’를 들어야 했던 전통적인 졸업식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별난 졸업식’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하려면 그것이 ‘학생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해서 이뤄진 졸업식이었는가?’ 좀 교육적으로 표현하면 ‘학생중심 졸업식이었는가?’를 기준으로 해서 평가해보면 된다. 아무리 변형된, 혹은 별난 졸업식이라도 교장이 주인공이었다면 내년에도 또 경찰이나 학부모, 배움터지킴이, 민간경비 등 온갖 인력을 동원해서 감시해야 하는 졸업식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건 그런 교육을 시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교장이나 교사들이 구상한 ‘교장중심 졸업식’을 할 수밖에 없다. 좋은 졸업식, 교육적인 졸업식, 학생중심 졸업식을 하려면 지금부터 3년 혹은 6년간 준비해야 한다. 2월 한 달, 적어도 며칠간을 ‘졸업시즌’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줘도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 조용한 졸업식이 좋은 졸업식이 아니다. 이번에 억지로 만든 조용한 졸업식을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과 박수 등으로 떠들썩한 졸업식으로 바꿔줘야 한다. 3월, 학교는 당장 그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김만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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