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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 우리가 공정사회를 만들자

 

공정(Fairness)은 결코 녹록치 않다. 우리 사회에 ‘정의 신드롬’을 낳았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 하버드 대학 교수는 공정 또는 불공정을 나누는 기준을 ‘소득, 명예, 사회적 지위 등 가치 있는 파이를 어떻게 나눠 갖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공정을 분배의 문제로 본 것이다.

어느 골프대회에 10억원의 상금이 걸렸는데 1등을 한 선수에게 8억원을 주고 나머지 2억원은 대회에 참여한 50명의 선수들에게 성적에 따라 상금을 분배했다면 과연 공정한 분배인가?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 중·고등학교 때 장학금을 놓쳐 본 일이 없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을 가 우수한 성적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왔고, 유명대학의 교수로 취직했다. 그리고 연봉 1억원을 받고 있다. 또 한 친구는 중고등학교 때 놀 것 다 놀고 온갖 말썽만 피우다 지방의 단과 대학을 겨우 졸업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임원으로 일하면서 연봉 2억원을 받고 있다. 이런 경우는 공정한가 불공정한가?

위 사례가 얼핏 불공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를 불공정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렇듯 공정을 분배의 문제로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공정과 분배의 문제로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공정과 불공정은 어떤 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부자는 이 사회가 공정하다고 말하고 가난한 사람은 이 사회가 불공정 하다고 말한다. 선거에 이긴 정치인은 선거 제도가 공정한 제도라고 말하고 떨어진 사람은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동료보다 먼저 승진한 사람은 승진제도가 공정하다고 말하고 떨어진 사람은 회사의 승진 룰이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나는 공정과 불공정은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결정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세상에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과 불공정은 없는 것이다.

가끔 경찰관으로 살다보면 ‘청탁’이라는 것을 받는다. 사건과 관련해 잘 봐 달라. 담당 형사에게 이야기 좀 잘 해달라는 부탁이다.

그런데 부탁과 상관없이 사건이 더 할 나위 없이 공정하게 처리됐다 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부탁을 못한 사람 입장에서 이미 공정성 자체가 훼손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절반의 공정 사회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게임 룰이나 공정한 심판은 제도와 시스템에서 나온다. 이것을 알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 사회’에 가까워지기 위한 공정한 룰과 공정한 심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은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저도 논란을 빚는다. 그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내 생각이나 의견과 다르면 틀린 것이라 말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람마다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는 공정한 심판이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기본이다.

경찰관으로 살다 보면 범죄와 연루된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범죄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범죄자가 되고 난 후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이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면 자신을 합리화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이 말하는 “유전 무죄, 무전 유죄”라는 논리가 별로 거슬리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우리 스스로 공정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선우 경찰청 온라인소통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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