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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도내 소방관 처우개선 ‘제자리 걸음’

사명감 하나로 불구덩이 속으로 돌아오는 건 위험수당 5만원…

 

지난해 12월 3일 오전 평택시 서정동 소재 가구전시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무너지는 구조물을 미쳐 피하지 못한 송탄소방서 소속 故이재만 소방장과 故한상윤 소방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이틀 후 열린 이들의 영결식은 유가족의 눈물과 함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소방관 두 명이 순직하자 정치권과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순직에 대한 안타까움과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었지만,사고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소방관에 대한 처우는 개선돼지 않고 있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소방관들은 위험수당 5만원을 받으며, 노후 장비에 의존해 목숨을 걸고 화재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다.

또한 사고현장의 경험으로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제대로 이들을 치유해 주는 곳도 거의 없다.현재 소방관들이 받고 있는 처우와 열악한 상황에 대한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고되고 위험한 생활의 연속

도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는 소방관 5천96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 중 2천828명은 3교대, 1천454명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3교대 근무의 경우,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에 일주일에 한번씩 24시간 근무를 서야한다. 근무조가 바뀌어 야간조가 되면 오후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5시간 근무를 격일로 하게 된다.

월 2교대 근무는 더욱 힘들다. 밤을 새고 들어가 하루 쉬고 다시 밤을 새야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근무 중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나가야하기에 마음놓고 있을 수도 없다. 장비를 갖추고 나갔다가 장난전화임이 밝혀져 맥이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화재가 발생해 구조를 나가도 노후된 장비에 의존하는 소방관들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있다.

평택 가구공장 화재로 화재진압장비의 교체가 추진됐었지만, 최근 최근 국회에서 노후 소방장비 일부를 보강할 예산 402억원을 책정하려다 기획재정부가 ‘지자체 예산으로 할 일’이라며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소방관들은 아직도 낡고, 질 떨어지는 장비에 의존해 구조활동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소방관 진압장비·보호장비 노후율은 17.3%(6만319개), 차량 노후율은 19.4%(1천482대)로 나타났다.

화재진압장비인 동력소방펌프는 2천740대가 필요한데 1천289대(47%) 모자라고, 그나마 433대(29.8%)는 내구연한이 지난 것으로 밝혀졌다.

방화복은 7.4%(4천798개)가 부족하지만 23.9%(1만4천354개)는 낡아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태고, 안전화와 장갑은 필요한 수량보다 각각 21.8%(1만4천179개)와 18.7%(1만2천182개)가 적은 데다 보유분 중 16.8%(1만2천880개)와 25.4%(8천849개)는 노후돼 곧 처분해야 하는 상태다.

■아직도 위험수당은 5만원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인명을 구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소방관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몇 년째 소방관의 생명수당을 올려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될 뿐, 아직도 그들의 위험수당은 5만원에 그쳐있다.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진압 도중 소방관 6명이 한꺼번에 숨지자, 정부는 2만원이던 위험수당을 점차 올려 2002년 3만원, 2008년 5만원으로 인상했다.

여기에 10년째 동결돼 오르지 않고 있는 화재진압활동비 8만원을 더한 13만원은 목숨을 걸고 화재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에게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는 수당의 전부다. 이들이 한 달 평균 화재현장에 투입되는 건수가 20~30회에 달하는 만큼, 목숨 수당이 1회 2천~3천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하루에도 위험한 현장에 출동해야하는 소방관이 폭발물안전관리업무 임무자나 경찰무기창에서 무기의 정비·수리 종사자, 기마경찰대원과 같은 위험수당 5만원을 받는 것은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무원들과 같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수원의 한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소방위 A씨는 “매년 4~500명의 후배 소방관들이 새로 들어올때마다, 창창한 청년들이 위험수당 5만원에 불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에 선배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소방관의 목숨을 돈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가치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치유실 한 곳도 없어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전국 소방관 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현황조사결과, 1천452명(5%)이 정밀진단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그 중 39.7%가 우울증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실제로 최근 4년간 26명의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활동 중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동료직원이 순직하는 것을 목격한 소방관의 경우, 이후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한 공포감으로 사건 후에도 계속 재경험을 하며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PTSD를 치유하는 치유실이 설치된 소방서는 전국에 단 한곳, 서울 은평소방서 뿐이다.

실제 2011년 도소방재난본부가 PTSD 자체 진단한 결과, 도내 182명의 소방관이 외상후스트레스로 진단받기 전 단계인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보면 도내 5천638명 중 3.2%에 불과하지만, 이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도 이를 밝히지 않고 있는 사람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과 진료를 받을 경우 이력카드에 병원이력이 기재된다는 사실은 소방관들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보험가입 거부 등 개인적 불이익을 당할까봐 우려하는 소방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본부 게시판을 통해 PTSD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약 700명 정도만 자가 진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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