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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향] 문화재청 古都지구 지정 보도자료를 보고

 

지난 5일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도보존법에 의한 고도(경주, 공주, 부여, 익산) 지자체에 고도지구를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고도지구는 특별보존지구와 역사문화환경지구로 구분돼 지정됐다. 현행법상 특별보존지구는 고도의 역사적 문화환경의 보존상 중요한 지역으로 원형 보존돼야 하는 지구를 가리키며, 역사문화환경지구는 현상의 변경을 제한함으로써 고도의 역사적 문화환경을 유지보존할 필요가 있는 지구를 가리킨다. 보도자료에서는 현재 고도지구 지정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고도회복의 상징성, 사업추진의 편의성, 사업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 최소한의 시범 지역을 확정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경주 고도지구는 황룡사지, 경주 월성, 경주 읍성, 대릉원 등 주요 유적지를 포함하는 약 277만㎡, 공주 고도지구는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공주 정지산 유적 등을 포함하는 약 203만㎡, 부여 고도지구는 부소산성, 관북리 유적, 부여 나성 등을 포함하는 약 292만㎡, 익산 고도지구는 금마도토성, 익산 향교를 포함하는 약 121만㎡가 지정돼 익산을 제외한 3개 고도지자체의 고도지구는 모두 200~300만㎡의 면적이 지정됐다. 단순히 숫자로 보자면 익산시의 고도지구 지정면적이 나머지 고도지자체에 비해 턱없이 적게 지정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사업비 규모의 비교조차 무의미하다 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익산의 경우 이번 수립한 고도보존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에 걸쳐 금마 도토성 발굴과 익산향교 정비사업 등 총 17건의 보존사업을 추진하게 될 예정인데, 익산시 금마면 일대에 자리하는 백제왕도의 유적들로 인해 고도보존법에 의한 고도로 지정됐다면 이번 고도지구 지정에는 백제시대의 주요 역사문화자원을 포함해 지구지정이 됐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2010년 1월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된 익산역사유적지구인 금마면, 왕궁면, 삼시면, 낭산면, 웅포면 일대에는 왕궁, 능묘, 사찰, 성곽, 마한시대의 유적 등이 분포하고 있으므로 이번 고도지구 지정 시 이러한 익산시의 특성이 반영돼 지정됐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한산성과 같이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에서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계유산 등재로 방문객이나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일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대책을 정교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고도지구와 같은 경우는 현행법에서 토지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자칫 지구지정 면적이 넓어지게 되면 국가와 해당 지자체는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세계유산도 등재되고 나면 완충구역을 설정해야 하는데, 완충구역에서의 역사문화적인 측면에서의 관리를 위해 도시계획적인 수단 등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조례나 예산 마련과 같은 행정적·재정적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데, 과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 ‘문화유산’과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관광선진국가의 사례검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세계유산 등재에는 국가 및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되는 정도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하물며 그간 그 중요성이 크게 인식되지 않은 익산의 역사유적지구가 갖는 특성을 고려해 국가 수준 및 지자체 수준에서의 고도 보존 및 관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경기도에서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자 하는 지자체와 함께 어떠한 형태로 그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가. 이번 고도지구 지정은 ‘우선 시범지구’ 성격으로 지정됐다고 하니, 익산시의 경우에는 향후 고도지구가 추가 지정돼야 하며 이를 통해 세계유산 등재는 물론 역사문화에 의한 관광활성화 등 지역발전에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의 배려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꾸준한 홍보와 학습을 통해 역사문화자산을 지키고 가꾸는 것으로도 지역발전이 가능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그 전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나 산하 지자체에서는 그러한 준비가 돼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

/오민근 문화체육관광부 시장과 문화 컨설팅잔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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