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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참여! 민주주의의 시작

 

주민참여와 관련해 공동체 운영의 본보기로 언급되는 사례들이 있다. 이곳에선 구성원들이 공동체 운영에 적극 참여해 당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스위스 북부 발레스 주의 퇴르벨 마을이 있다. 이 공동체는 15세기 무렵부터 마을 공동 목초지를 운영해 왔다. 1517년 작성된 조례에는 “여름철 초지에 내보낼 수 있는 소의 수는 겨울철에 자신이 사육할 수 있는 소의 수만큼 만 허용된다”라고 적혀 있다. 마을 목초지에 내보낼 가축 수를 제한하고 이를 공동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 규약은 마을주민 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투표로 결정됐으며 지금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이후 마을에선 소에게 먹일 풀이 부족한 적이 없었고,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으로 필리핀의 ‘잔제라’라고 불리는 관개 공동체를 소개한다. 잔제라에서 농지는 셋 이상의 구역으로 나뉜다. 농부들은 각 구역마다 한 필지씩 배정 받는다. 농지는 관개 체계의 머리쪽에 위치한 물대기 좋은 구역과 꼬리 부분의 물 대기 불리한 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모든 땅에 물을 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들은 꼬리 부분의 땅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기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참여로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부담을 공평하게 나눴고, 강수량에 따라 효과적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끝으로 주민참여를 통해 환경공동체 구성의 모범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청주시 산남동 ‘원흥이 방죽의 두꺼비 마을’을 둘러본다. 사람들과 두꺼비가 같이 어울려 살아간다면 잘 믿어지지 않을 수 있다. 높게 솟아오른 신축 아파트 단지, 딱딱한 상가 건물들이 밀집돼 있는 전형적인 도심 속에 이 두꺼비 마을이 있다. 이곳은 2003년 봄, 한 주부에 의해 두꺼비 서식지로 알려졌다. 해마다 10여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태어나는 곳으로 산란, 부화, 변태, 이동 등 경이로운 생태현상이 펼쳐지는 두꺼비의 집단 서식지였다. 그런데 이 마을 일대에 택지개발이 추진되면서 원흥이 방죽 일대가 모조리 파괴될 위기에 처해지자 2005년부터 이 방죽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청주시내 시민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흥이 지키기 1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원흥이 방죽으로 향하게 됐다. 결국 지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도심생태공원으로 발전했고, 한 해 전국에서 3만명이 넘는 탐방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참여와 관련한 3종류의 공동체를 살펴보았다. 공동체 구성원의 직접 참여는 일찍이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부터 있었다. 시민들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가 그 원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이었지만, 공동체와 관계된 일을 위해선 자신의 생업을 잠시 접어 두고 공공의 공간으로 나오곤 했다. 이곳에서 공동체에 운영에 관한 문제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이것이 이 도시국가에서의 ‘정치참여’였다. 그런데 이 도시국가에도 공공의 문제에 관심이 없고, 대표자를 선출하는 권리도 행사하지 않으며, 공동체 일에 무관심하고, 오직 일신의 안위나 사사로운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일컬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디오테스(idiotes)’라고 불렀고, 오늘날 영어로 ‘이디어트(idiot)’의 어원이다.

앞서 소개한 세가지 사례를 보면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일에 적극 참여하고 서로 협력하면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보다 행복하고 살기 좋은 곳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기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사례에서 언급된 것처럼 공동체의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제19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되는 4월 11일이 바로 그 날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고대 그리스의 이디오테스(Idiotes)가 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상균 안양시 만안구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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