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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하루 세끼의 식사 중 점심에 해당되는 음식물을 넣는 그릇으로 도시락의 원조는 주먹밥으로 볼 수가 있다. 그 때에는 소풍을 비롯해 여행, 휴가철에도 가지고 다녔는데 반찬은 가급적 국물이 적은 마른 반찬이 주을 이뤘고 약간 간간하게 만들었다. 중년 세대들은 도시락에 대한 즐겁고 괴로운 기억 한 두가지 있게 마련인데, 지나고 보면 먹음직스러운 추억으로 남은 것이 그 때의 도시락이 아닌가 싶다.

변천사를 살펴보면 누런색 또는 회색 알루미늄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에는 모서리 부분이 조금 둥그러운 타원형이 있었는데 밥을 조금 싸오는 여학생들에 인기가 있었고 백설공주나 마징가 제트가 그려진 최신형도 있었으나 지금은 24시간 보온이 가능한 것으로 변천해 나갔다. 당시 같은 교복을 입어도 풍요와 빈곤을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은 도시락의 종류와 반찬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최신 유행하는 것을 갖고 다니는 학생도 있었고 형이나 언니들에게 물려 받을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부자의 대명사는 장조림, 멸치 볶음 그리고 밥위의 계란프라이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서는 늘 반찬을 무엇으로 싸주는 것이 엄마들의 고민이었다.

반찬통은 보통 두 칸으로 나눠져 불그레한 칸은 늘 김치를 넣는 것이지만 문제는 나머지 한 칸을 채우는 것이다. 검정콩을 삶아 간장과 물엿에 조린 콩자반이 영양 만점이었지만 당시 싫었던 것은 김치 국물에 섞여 냄새와 함께 팅팅 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주 싸 갔던 것이 양념한 단무지었는데 보통 단무지 보다 업그레이드된 것이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일이면 물리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외동 아들에 딸 여럿 있을 경우 아들 도시락에만 계란프라이를 덮어줬고, 또 도시로 유학간 아들이 집에 돌아올 경우 계란을 모았다가 몽땅 삶아서 먹이기도 해 주부들은 계란에 한이 맺쳐 지금도 계란 반찬을 자주해 먹곤 한다.

또한 추운날 석탄 난로 아래칸을 찾이하고자 다툼도 꽤 있었는데, 착하고 힘없는 학생들은 가장 밑부분에 놓게 돼 밥이 타기도 했고 아니면 제일 윗쪽에 놓여 찬밥 먹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시장기로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조바심 때문에 칠판의 글씨는 뒷전이었지만 때를 알리는 반가운 종소리가 나면 왁작지껄하며 삽시간에 비우기도 했다. 그리고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는 철 없던 시절 진한 김치 냄새와 함께 덜그럭하는 식기 소리가 싫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고향의 냄새와 함께 도시락이 그리워 지는 것은 옛 향수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100% 급식으로 반찬 걱정을 하지 않고 소풍을 갈 경우에도 김밥은 기본이고 유부초밥, 닭튀김과 과일 등 이것저것 싸는 것을 보며 세월의 격세지감을 새삼 느낄 수가 있다.

/유영근 김포시의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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