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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교를 칭찬하라

 

2012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3주째다. 설렘으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학교폭력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가득 안고 3월 새 학기를 시작했다. 3월은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가장 힘겨운 시기다. 학교는 그렇게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고, 학교는 외형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은 다양한 원인 진단과 함께 이에 따른 해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교육문제에는 누구나 전문가이고 동시에 모두가 문외한인 우리 교육의 특성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원인 진단과 해법에도 황당한 내용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책들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부각되기도 한다.

교실붕괴론이 대두되면서 그 해법에 가장 큰 방점을 찍은 것은 교실수업의 변화였다. 물론 교수법의 획기적인 변화가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자극함으로써 자발적인 학습 참여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혁신을 교수법의 기능적인 변화와 전공 지식의 심화 정도로 이해하면서 정작 중요한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 맺기에는 소홀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활동은 상호간에 대화를 통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학교 현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상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업 잘하는 것 하나로 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교사는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 교과의 전문적 지식은 물론 사람과 접촉하는 걸 좋아해야 하고, 사람을 다루는 재능이 있어야 하며,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고, 유머감각도 갖춰야 한다. 관계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학교의 기능 회복은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담임교사들은 늦은 밤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과 상담활동을 하면서 학기 초 새로운 관계 맺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학기 초 학생들과 우호적인 관계 맺기에 성공하면 학급운영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천착해 온 독일의 정신과 의사 요하임 바우어(Joachim Bauer)는 ‘학교를 칭찬하라’에서 교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인간적 특성이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인간적인 교감이 이뤄진다고 했다. 이를 통해 학생의 인성을 발달시키고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간다고 했다. 이는 곧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될 때마다 나는 불편한 심기를 느낀다. 모든 문제의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묻는 정부와 교육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교육문제에 내가 책임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교사에 대한 책임 추궁과 지속적인 통제는 교사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기계적인 중립성을 요구받는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기계적인 중립성은 교사의 감수성과 열정을 냉각시킨다. 무미건조한 교사가 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유형임을 알아야 한다. 교육은 종합예술이어야 한다. 종합예술이 분야를 달리하는 모든 예술적 요소를 모아 이뤄지는 것처럼 다양한 생각과 내용이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학교 현장과 직결되는 정책은 교육의 공적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는 내용이어야 하고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정치는 학교가 학생을 위한 삶의 공간이 되도록 기여해야 한다.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일도, 교사 양성과 임용 제도를 개혁하는 일도 모두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더 이상 학교를 궁지로 몰아넣지 말자. 학교를 칭찬하라. 누가 뭐래도 교육의 성패는 학교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조성범 군포 수리고 교사 道 인권교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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