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깨진 유리창
[경제칼럼] 깨진 유리창
  • 경기신문
  • 승인 2012.03.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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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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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호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도원장
‘깨진 유리창’론으로 유명했던 제임스 윌슨 교수가 몇일 전 타계했다. 1994년에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가 멘해튼을 보다 가족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하철의 낙서와 타임스 스퀘어의 성 매매를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뉴욕 검찰청 출신의 경험 많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 줄리아니 시장이 강력범죄와 싸울 자신이 없어 경범죄를 선택했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신임 경찰국장으로 부임한 윌리엄 브레턴은 범죄자들과 뉴욕시민에게 어떤 범죄도 절대 불허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면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통계수치를 통해 살인, 폭행,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현격히 줄어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해 형사행정학뿐 아니라 경영학 분야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제임스 윌슨교수의 ‘깨진 유리창’ 이론을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한 사례이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경영전략이나 원대한 비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정작 기업을 갉아먹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들(깨진유리창)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근래 크고 작은 기업 가리지 않고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인이 많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경제상황을 미뤄 보아 기업 외적인 경영여건이 당장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고유가, 환율, 원자재가 상승 등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기업이 생산과 영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경영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업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대표적인 깨진 유리창이 산업재해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재해자 1명당 1억6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재해 보상금을 포함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손실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산업재해는 우수한 산업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생산차질 및 납기지연의 손실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의 가치는 사회적 신뢰를 갖는 브랜드 가치인 점을 고려할 때 안전관리 실패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의 제품이 사회적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매출이익과도 직결된다. 이렇게 발생한 손실이 기업을 위기로 빠뜨리는 깨진 유리창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많은 기업경영자는 재해가 발생한 후 사고 수습에 급급할 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경영전반의 배려에 인색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재해를 당한 근로자수가 9만3천명을 넘었다. 산업재해의 80%가 근로자 50인 미만의 작은 기업에서 발생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비용이 17조원에 달해 노사분규로 인한 경제적 손실비용의 수배에 달하고 있다.

금년도도 기업경영여건이 고유가,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호전되어 보이지 않건만 1분기 산업재해자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하였다.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생산, 품질, 영업 못지않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영상식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산업재해라는 깨진 유리창을 없애는 방법은 위험을 관리하는 안전보건활동이다. 안전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 종국적으로 경영에 성공한 사례는 없으며, 향후 사회발전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게 될 경향이 크다. 기업 경영자가 기업 내에 안전을 최우선하는 안전문화를 뿌리내리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빨리 정착시키는 것이야 말로 지속가능경영이다.

/이충호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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