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조선선비가 사랑한 ‘책거리’그안에 숨겨진 재미 펼쳐진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조선 선비의 서재에서 현대인의 서재로’라는 주제로 책거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매주 월요일 이번 전시에 ‘책거리’ 그림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조선 사람들이 왜 ‘책거리’ 그림을 좋아했고 그림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로 보는 책거리’ 시간을 마련했다.

전통 책거리 그림과 이를 모티브로 한 현대 작품을 통해 조선 사람들과 현대 한국인의 책 사랑 문화를 조명하고 단순한 선과 화려한 채색, 재미있는 원근법에 드러난 조선 사람들의 독특한 미감과 책 사랑의 마음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1. 장한종, 책가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다.

지난 21일 경기도박물관에서 개막한 ‘책거리특별전’은 경기도박물관이 2007년 구입한 조선후기 화원 장한종(張漢宗, 1768∼1815이후)의 ‘책가도’(사진)가 있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

즉 전시회의 기획은 물론이요, 외부와의 유물 대여 협상과 설득 또한 이 작품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이 작품이 경기도박물관으로 오게 된 것은 정말 인연이요, 수집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도화서에 소속된 화원들이 공적 업무로 그린 그림에는 대개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궁중이나 상류층에서 썼던 것으로 보이는 책가도에는 간혹 작품의 한 쪽에 작가의 이름을 새긴 도장인 은인(隱印)을 슬쩍 숨겨놓아 슬그머니 작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은인이 있는 책가도로는 화원 이형록(李亨祿, 1808∼1883이후)의 작품이 20여년 전부터 알려져 그가 책가도의 대명사격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형록 보다 40년 연상인 장한종의 ‘책가도’가 최근 학계에 알려지면서 작가가 있는 책가도 역사의 첫 머리를 고쳐 쓰게 된 것이다.

장한종의 ‘책가도’는 ‘쌍희(囍)자’ 문양을 새긴 노란 휘장 안에 책가가 있는 여덟 폭 병풍이다. 은인은 좌측 첫 번째 폭 아래에 있다. 그림의 구성이나 묘사의 면면을 보면 이형록이 선배 화원을 따라 그린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장한종은 책가도보다 물고기와 게, 조개, 새우 등을 그린 어해도(魚蟹圖)에 뛰어났다. 조선시대 뛰어난 중인층 이하의 인재들을 기록한 유재건(劉在建, 1793~1880)의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는 “장한종이 젊었을 때, 숭어?잉어?게?자라 등을 사서 그 비늘과 등껍질을 자세히 관찰하고 본떠 그렸는데, 그림이 완성되면 사람들이 그 똑 같음에 찬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적고 있다.

이 ‘책가도’에도 그림의 중앙에 특기인 새우 두 마리를 그려 넣었다. 인동 장씨 화원 집안이었던 그의 어해도 실력은 아들인 장준량(張駿良, 1802~1870)에게로 대물림되었다. 장준량의 ‘어해도병풍’이 경기도박물관에 수집되어 서화실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부자의 작품이 한 곳에 모인 것 또한 인연이다. 뜻 밖에 장한종은 ‘잠을 쫓는 익살 이야기’인 ‘조선해학 어수록(朝鮮諧謔 禦睡錄)’이라는 책을 남겨 선조들의 야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만담가(漫談家)이기도 하다.

/글=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