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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찾아서] 박영환 아름다운 행궁길 회장

 

 

박영환 수원 아름다운 행궁길 회장
내 심장에 글자를 새기듯
공방거리 가꿔 나갈 것
글 ㅣ 천의현 기자 mypdya@kgnews.co.kr
사진 ㅣ 이준성 기자 oldpic316@kgnews.co.kr

수원 행궁동 아름다운 공방거리 개막이후 찾은 화성행궁 가는 길에는 전통문양과 어우러진 깔끔하고 개성있는 간판들이 발길을 잡았다. 나들이 나온 연인과 가족들은 아름다운 거리의 배경을 추억으로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고 길에는 예술벽화를 입고 곱게 단장한 아름다운 공방거리로 탈바꿈 돼 있다. 이제 화성행궁길은 수원시에서 가장 걷고 싶은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에는 관광객들이나 행궁길을 보러 온 주민들에게 행궁길에 대해 가이드를 해주느라고 내 서각작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행궁길 유명세 덕에 기분 좋은 곤혹을 치루고 있는 박영환(52·아름다운 행궁길 회장)씨의 말엔 활기가 넘쳤다.

태권도관장에서 서각공방의 장인까지

 

화성행궁에서 팔달문 시장으로 이어지는 행궁길변에서 ‘나무 아저씨’라는 서각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박씨는 공방거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태권도관장에서 서각공방의 장인으로 자리매김한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도장에서는 땀 냄새가 나야하는데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맞춰 율동을 하거나 아이들을 등록시키기 위해 통학버스로 데려오고 하는 일들은 무도인으로써의 아쉬움이었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박 회장은 무도인으로써의 자긍심을 갖고 태권도를 가르치길 원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영어태권도, 에어로빅태권도, 줄넘기태권도 등 태권도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영업을 위한 체육관 운영을 하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워 25년의 체육관장의 자리를 정리했다.

“태권도라는 동적인 운동을 하다보면 정적인 뭔가를 찾게 되는데 서각작업은 몇시간이고 가만히 앉아 섬세하게 작업하는 것이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었다.”

박씨가 서각작업을 접하게 된 계기는 고향 양평에서 함께 운동을 하던 선배들이 운동과 병행해 서각 작업하던 것들을 조금씩 따라 배우다 어느새 손에 익어 육체적, 신체적 수양삼아 해오던 작업이었다.

태권도장을 정리한 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박씨는 조용하고 서각 작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후 팔달산이 보이고 세도 싸고 사람도 없어 혼자 작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현재의 공방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활기가 넘쳤던 옛 행궁길과 다르게 썰렁해진 행궁길의 컨셉을 공방으로 잡으면 거리가 훨씬 이뻐질텐데 하는 생각에 조금씩 작업하던 작품들을 개성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게 됐다.

아름다운 행궁길 회원 중 ‘유일한 남자’

“아름다운 행궁길 사람들 회원 20명 중 유일한 남자라 힘들었다”는 박 회장은 “여성 회원들의 섬세함과 저의 동적인 활동력이 합쳐지니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호흡이었다”고 밝혔다.

“수원시에서 처음 이곳을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했을 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상인들은 달랐죠. 가뜩이나 숱한 공사로 피해를 봤었는데 또 공사라고 하니 반대가 심했죠.”

 

박 회장은 행궁거리에서 공방을 하는 20명과 행궁길 주변 상인 및 수강생 120명과 함께 ‘아름다운 행궁길 사람들’이라는 비영리 법인단체를 만들고 거리 꾸미기에 적극 나섰다.

“지금은 다들 좋아합니다. 오히려 당시 반대했던 주민들도 절 찾아와 다시 해주면 안되냐고 할 정도죠.”

다들 좋아하게 될 때까지는 박 회장의 역할이 컸다. 일일이 상점 주인의 의견을 물어 간판을 제작하도록 했으며, 간판 배경을 결정할 때는 사업자와 몇 차례나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방부목을 가져왔더라고요. 절대 안된다고 했죠.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방부목은 1년만 지나면 낡아 버리거든요.”

그렇게 해서 최종 선택된 것이 고풍스런 느낌을 살린 ‘아트기와’였다.

그는 또 자체적으로 공방 앞에 좌판을 꾸려 관광객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고, 공방체험실습은 행궁길 재탄생의 힘이 됐다.

박 회장과 수원시의 아름다운 공방거리 가꾸기는 계속된다. 관광요소를 추가시키기 위해 경기문화재단에 공방거리 포토존 조성사업을 제안한 상태이다.

공원과 포토존이 조성되면 관련 조형물을 만들 준비도 바쁘고, 행궁길 활성화에도 손을 늦출 수 없다.

“이 공방거리가 조성되기까지는 지역주민들이 지역단체를 구성하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건물주를 대상으로 사업동참을 이끄는 등 지역주민 모두의 노력결과”이며 “주목할 만한 점은 점포 광고간판 글씨 하나하나가 점포주 의견을 반영해 제작한 주민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박회장은 모든 공을 지역주민들에게 돌렸다.

이번 사업은 행궁길 주민 모두가 솔선수범으로 참여하고, 박회장이 끊임없이 업주와의 소통을 통해 간판 글씨 하나하나에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해 조성한 거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 심장에 글자를 새기는 것 같아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일은 육체적인 행위로 볼 수 있지만 나무에 글자를 새겨넣는 마음은 내 심장에 대고 글자를 새기는 것 같아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며 오늘도 수원화성의 심장안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박회장이야말로 우리시대의 진정한 장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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