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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 문화예술의 힘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 공연기획이 우아한 사무직이 아니라 옥상에 의자 깔고 와인 안주까지 만들어야 하는 노가다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부평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들을 통해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들의 환희에 찬 표정을 볼 때, 블로그 후기에 올라온 감격에 찬 후기를 읽을 때,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하는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 이 고생을 자초한들 누구를 탓할 것이랴.” 필자가 근무하는 아트센터 소식지 이번 ‘호박’호에 실린 공연담당 최 과장의 ‘무대 뒤 이야기’다.

늘 아트센터 직원들과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은 쉽게 기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민, 그리고 주변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지역 아트센터만의 차별화된 문화예술 아이콘을 기획하자는 것이다. 개관 때부터 그것은 약속을 했다. 늘 스스로 지역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왜’ 하느냐는 것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 답만 찾으면 ‘어떻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전문직’이 해야 할 일이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진단을 해야 하고, 그리고 처방을 해야 한다. 하물며 ‘영혼’을 치료해야 하는 ‘전문직’이야말로 명심할 일이다. 우리도 같은 생활인이지만, 이 일을 ‘생활’의 방편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일을 하는 기획자들이 필자가 재직하는 아트센터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운이라 감사하고 있다.

최근 부산일보 문화부 김호일 선임기자의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허브’란 책을 읽었다. 영화담당 선임기자가 쓴 것으로 김동호, 박광수, 이용관, 전양준, 김지석, 오석근 개국공신 6인방에 들이 만들어낸 ‘부산국제영화제’에 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1996년 9월 13일 첫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 실로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 이제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이 부산에 도착하기 전 ‘아시아 문화산업도시, 부산’이라는 기내 방송에도 익숙해져 있을 정도다.

필자는 현 영화제집행위원장인 이용관 선배와 김동호 전위원장, 집행부들과 친분, 영화주간지 편집장을 역임한 덕분에 그 영화제 진행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의 비결에는 오래 동안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김동호 위원장이라는 리더의 역량이 컸다. 그리그 천·지·인(天·地·人), 하늘이 도왔고, 부산이라는 바다 주변이라는 지정학적인 위치가 지역 문화자본이 기틀이 됐으며, 집행부의 영화제 성공에 대한 절대 ‘열망’의지가 남달랐다.

프랑스 경제사회학자인 기 소르망이 “미술가, 작가, 영화인, 가수 등 예술 창작가들도 그 어떤 국가 지도자보다 훌륭하게 서방에서 한국의 대사가 될 수 있다. 문화 없이는 훌륭한 국가도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되새겨야만 한다”라는 말을 늘 명심하고 있다.

그간 아트센터 관장으로 재임하면서 인천 부평에서 어떤 문화자본, 환경과 여건 속에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 문화예술의 힘을 고민했다. 참 많이도 인천, 부평 주변부를 걸었다. 그래서 잔디마당에서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는 피크닉 콘서트’를 생각해 보았다. 인천 부평의 재정이 어렵지만 복권기금도 확보했고, 첫 시작을 가족의 달이자 어린이 날 90주년을 맞이하는 5월 5일, 아트센터 구름광장에서 ‘열려라, 부평아트센터, 무아지경 피크닉 콘서트 개막전’을 시작으로 6~9월 초에 잔디마당에서 누워서도 보고, 편안한 야외공연과 저녁에는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

57만 부평구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그들에게 ‘부평’의 정주의식을 갖게 하고, 이런 야외 공연이 그들에겐 편안한 예술 휴식처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사회가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 예술’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그리고 유명한 가수가 오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정성을 다하면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 문화예술의 힘이 ‘피크닉 콘서트’를 통해 하나하나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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