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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觀國之光<관국지광>을 위한 내안의 갈등

 

최근 사람들을 만나면 저마다 선거를 앞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떤 이들은 기존에 자기가 밀던 후보가 생각보다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부터 이전에 지지했던 정당들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애정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각자 갖고 있던 정치 색깔을 대변해 활동할 대리 정치인을 뽑기 위해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정치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정치하는 이를 잘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수 십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인을 제대로 보기 위해 꼼꼼하게 선거 공보물이나 전단지를 훑어 봤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리고 후보자들을 잘 알기 위해 노력을 해 본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치하는 분들과 특별하게 관계가 없다면 왜 정치를 하려 하는지, 비젼이 뭔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지에 대해 알 길이 없을뿐더러 주어지는 공적인 내용으로는 개인적인 인간 됨됨이나 리더로서의 고뇌를 살피거나 그의 정치철학을 알 수 없다.

마치 나와 매우 밀접하고 앞으로 수 년 동안 내 삶의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로부터 소외되기 십상이었다. 내가 스스로 정치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이번 선거부터는 좀 더 자세히 후보들을 보기로 했다. 그러자니 고민이 앞선다. 어떤 것을 봐야 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 왜 봐야하는지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 살기도 바쁘고 팍팍한데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의무와 책임,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은 생각 보다 쉽지 않다.

시경(詩經), 서경(書經)과 함께 유교의 3대 경전으로 여겨지는 주역(周易)의 20번째 괘를 보자면 풍지관(風地觀)괘가 있다. 땅위에 바람이 불면 다 움직이고 모든 것이 움직이면 소리가 나는데, 소리가 나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세음(觀世音)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본다’는 말이다. 이 움직임을 보는 것이 관(觀)이라고 한다. ‘관(觀)은 눈으로도 보고, 귀로도 보고, 코로도 보고, 입으로도 보고, 형이상적으로도 보고, 형이하적으로도 보고, 내적으로도 보고, 외적으로도 보고, 정신적으로도 보고, 육체적으로도 보고 안 보는 것 없이 다 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 소리가 무엇을 구하는 소리인가를 모두 아는 것이기에 관세음이라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해결해주면서 구제창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정치하는 분들이 깊이 새겼으면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몇 년간 나라를 맡기고 나의 정치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이정도 심신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의 관광(觀光)은 풍지관괘의 관국지광(觀國之光), 이용빈우왕(利用賓于王)에서 유래된 것이다. 관광은 “나라의 형편을 살피다”라는 뜻에서 그 나라의 토지·풍속·제도·문물의 관찰을 하고, 다른 나라나 지역의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보며, 견문의 확대 및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비전을 찾고, 국가를 바르게 잘 세우기 위한 방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나라의 정치가 빛이 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관광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제는 의미가 퇴색해 유명한 경치나 명소를 두루 구경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지만, 고대사회에서는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를 직접 방문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리라 유추해 본다.

통신의 발달과 정보가 빨라진 지금의 세태를 보자면 직접가지 않아도 본인의 의지만 갖고 노력하면 나름대로 후보자의 관광에 대한 비전을 엿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잘 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미래 국가의 건강한 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잘 보는 것이 훈련돼야 하며, 관광을 잘 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기 위해 나 스스로를 바르게 보고, 세우는 과정이 있어야 겠다. 외부를 돌아보는 관광도 필요하고, 잘 보기 위해 내안의 나를 주시하는 관광도 필요하지 않을까 선거에 즈음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김미경 부평구 공공갈등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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