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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인생]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실 홍성덕 주무관

경기교육 42년 산증인… 프레임 속 인생을 담았다

 

경기도를 넘어 우리나라의 혁신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그런 김상곤 도교육감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한컷, 한컷 프레임에 담아 기록하는 한 사나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홍성덕(61) 주무관이다.홍성덕 주무관은 김상곤 교육감이 참여하는 모든 행사는 물론 경기교육이 발전해 가는 현장에 항상 함께 있다. 1970년, 인쇄전문직으로 경기도교육청에 발을 들인 홍성덕 주무관은 1대와 2대를 연임한 홍낙선 교육감 시절부터 15대나 다름없는 주민직선 제2대 김상곤 교육감까지 총 42년 동안 10명의 교육감을 모셨다.42년간 경기교육의 중심에서 내가 아닌 남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묵묵히 일해 온 홍성덕 주무관.홍성덕 주무관이 주인공인 그의 인생을 들어봤다.

▲ 경기교육의 살아있는 역사

6·25전쟁으로 온 나라가 아비규환이던 1950년 난리를 피해 남쪽으로 가던 피난길, 안성쯤에서 홍성덕 주무관이 태어났다.

홍 주무관의 부모님은 그길로 피난행렬을 빠져나와 당시 광주군 이었던 지금의 하남시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홍성덕 주무관은 21살 되던 해인 1970년 4월14일에 경기도교육청 인쇄전문직으로 경기교육에 첫발을 내딛었다. 홍 주무관은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도 물론이지만 예전에는 선생님이 하늘 같았습니다. 내가 그런 선생님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무한한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고 회상했다.

경기도교육청 서무과 소속으로 일을 해오다 1985년 조직개편에 따라 의사공보계 사진담당으로 발령이 나면서부터 그의 본격적인 사진인생이 시작됐다. 당시 사진업무를 담당하던 전임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게 되자 주변 동료들이 그를 적극 추천했던 것이다. 사실 홍 주무관은 사진에 대해서는 문외한(門外漢)이나 다름없었지만 전임자의 간단한 카메라 조작법과 현상, 인화 수업을 속성으로 마치고 카메라를 잡게 됐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디지털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사진을 흑백필름으로 촬영해 현상과 인화를 거쳐 언론사에 배포하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사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넘겨주면 ‘이런걸 사진이라고 찍었냐!’며 혼나기도 많이 했었습니다”라는 홍 주무관은 “많은 분들의 질책과 칭찬 덕분에 이제는 사진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고 겸손해 했다.이어 홍 주무관은 처음 카메라를 잡았던 당시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카메라를 잡은지 3년이 지났을 무렵 취임한 제6대 황철수 교육감의 흉상을 제작하기 위해 당시 교육감의 상체를 수십장 촬영해야 할 일이 있었다.

홍 주무관은 교육감에게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줄 것을 부탁했고, 황철수 교육감은 “교육감을 뺑뺑이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자네 뿐일세”라고 웃으면서 기꺼이 수십바퀴를 돌았다.

교육감과의 에피소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8대 한환 교육감 재임시절인 90년대 초반 홍 주무관은 수원시의 매탄 주공아파트를 분양받게 됐지만 절반 가까운 돈이 모자랐다.

홍 주무관은 한환 교육감을 찾아가 3천만원 빌려줄 것을 부탁했다.

“말단 직원이 교육감에게 와서 다짜고짜 3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니 교육감께서도 무척이나 당황하셨어요.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흔쾌히 3천만원을 빌려 주셨습니다”

그때 한환 교육감에게 빌린 돈은 이자까지 쳐서 모두 갚았으며 홍 주무관은 교육감에게 빌린 돈으로 마련한 집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또한 얼마 전 김상곤 교육감과 함께 동두천 행사를 참석 했을 때 만난 윤옥기(12대) 교육감으로부터 “홍 주사,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었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 한켠이 뭉클하기도 했다. 이처럼 홍성덕 주무관은 1대 홍낙선 교육감부터 지금의 김상곤 교육감까지 모든 교육감의 기록을 남겨오면서 경기교육의 산 증인이 됐다.

 

퇴직까지 7개월… 김교육감 큰절 올리고 싶다

▲ 홍성덕 주무관과 김상곤 교육감, 그리고 경기도교육청

“정년퇴직 까지 이제 7개월 가량 남았습니다. 김상곤 교육감께는 꼭 한번 큰 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홍 주무관이 약 3년여간 김상곤 교육감을 수행하면서 느낀점의 집약된 표현이다.

사실 김상곤 교육감 이전까지의 모든 교육감은 진보적인 성향이 없었다.

홍 주무관은 물론 도교육청의 대다수 직원들은 ‘진보’에 익숙치 않았던 터라 김 교육감의 취임에 따른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업무적인 측면에 있어 굉장히 많은 곳을 직접 다니시다 보니 일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고생하는 직원들에 대한 격려와 대화도 아끼지 않으십니다”며 “2개월 간의 긴 일정동안 진행한 지역교육청 업무보고를 마치고 그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과 쫑파티를 할때 저에게 건배사를 제의하시기도 할 만큼 모든 직원 하나하나의 노고를 깊이 이해하십니다”며 김 교육감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고마움이 표시를 아끼지 않는 홍성덕 주무관을 보는 주변의 동료들 역시 그가 교육감을 바라보는 마음과 같았다.

홍 주무관의 직속상관이기도 한 이홍동 도교육청 대변인은 “항상 낮은 자세로 본인의 업무에 충실하는 모습은 교육감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직장 동료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도 참 배울것이 많은 분입니다.”라며 홍성덕 주무관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올해를 끝으로 42년간의 도교육청 생활을 마감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의 머리속에 영원히 기억될 분 임에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홍성덕 주무관은 김상곤 교육감에게 큰 절을 올릴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다시한번 원했다.

은퇴후 펼쳐질 그의 앞날에 밝은 빛 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정재훈기자 jjh2@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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