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 6.다문화 언어지도사
[이색직업] 6.다문화 언어지도사
  • 이상훈 기자
  • 승인 2012.05.01 18:04
  • 댓글 0
  • 전자신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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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자녀 언어발달 도와우리 사회 적응돕는다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는 대부분 결혼이민자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언어를 학습하는 결정적인 시기에 적절한 언어자극을 주지 못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은 언어발달 지연의 불편함을 겪게 된다. 언어발달이 지연되면 가족 간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고, 통합적 발달의 지연, 학습 저하 및 장애, 자존감 저하, 사회 부적응 등의 이차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9년부터 실시된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의 일환인 ‘다문화 언어지도사’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다문화 언어지도사로서 현재 하고 있는 것은

▲2009년 3월부터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언어능력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언어발달 지연으로 학교와 사회에 부적응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죠.

언어발달 지도는 빠르면 생후 12개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합니다.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은 대개 아이를 데리고 센터 내 언어교실로 방문하고, 언어교실에서는 거의 개별수업을 합니다.

또 부모들의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직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은 보육시설로 가는데 이때는 2~3명 정도 모둠으로 진행합니다.

-평가와 지도 방법은

▲언어지도가 필요한 아이와 부모님이 오면 먼저 아이의 배경정보에 대한 상담을 합니다. 부모님과의 면담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언어문제 외에도 아이의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계력이나 태어날 때 다른 장애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이때 주로 결혼이민자인 어머니와 상담하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통번역지원사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상담이 끝나면 평가도구를 이용해 아이의 언어능력을 직접 평가합니다. 이때 부모님이 평소 관찰한 내용도 평가에 반영합니다. 평가가 끝나면 언어능력 발달을 위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 수업을 진행합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진행하고 40분 수업이 끝나면, 부모님과 10분 정도 상담을 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점검하다보면 실제로 10분에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발달목표에 도달하면 언어지도를 종결합니다.

-다문화 언어지도사의 매력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 일의 매력은 이런 점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죠. 전에는 결혼이민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같은 엄마로서 공감하고 도와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또 표현력이 부족해 소극적이고,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지 못해 산만한데다 폭력적이기까지 하던 아이들이 언어교육을 받고 나서 또래들과 잘 어울릴 때, 아이 문제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싸우던 부부가 아이 말이 느는 모습을 보고 서로 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때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장애아동의 경우는 1년을 교육해도 언어능력 3~4개월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문화 자녀들은 1~2년 지체된 경우가 많아도 수업을 하다보면 스펀지처럼 쑥쑥 흡수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첫발을 내딛는 사업이라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언어지도를 할 아이들을 찾는 일부터 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동대문구 내 보육시설에 전화해서 이런 사업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부터 홍보물을 만들고 모집, 초기면담, 평가검사, 상담, 수업 준비를 위한 교구제작까지 모두 혼자 해야 했죠. 센터 소속이라 다른 센터업무를 도와줄 때도 많았고요.

보육시설로 파견을 나가야 할 때는 무거운 검사도구와 교구들을 들고 다니는 게 곤혹이었어요. 검사도구는 무겁고 보육시설은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에 있거든요. 막상 가면 따로 마련된 공간이 없다 보니 아이들이 자고 있는 곳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어요.

이외에도 다문화가족 어머니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가 생기는 일도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보이는 언어능력과 평가를 통해 나온 언어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럴때는 참 힘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버지가 외국에서 일하느라 아동을 6개월 정도 보지 못하다가 언어교육 후에 달라진 모습을 보고 감사하다며 인사하던 분이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못 봤던 아이가 갑자기 아빠에게 종알종알 얘기를 했으니 얼마나 귀여웠겠어요.

그리고 엄마들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아이가 말도 늘고 수업도 즐기는데 어머니가 만족도를 낮게 체크 했더라고요. 의아해서 무슨ㄴ 일인지를 물어봤더니 “너무 만족해서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는 의미로 체크한 거였더라고요. 그러면서 “둘째를 낳으면 둘째 아이도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참 뜻 깊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다문화 언어지도사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은 많은 참을성을 요구합니다. 더디게 늘다 보니 지속적으로 지도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더욱 더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 합니다. 또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개방적인 마인드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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